한국에도 '버뮤다 삼각 해역' 있다?

2009. 2. 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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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영진호 실종 해역 바닥에 가스田..'버뮤다 해역' 유사해양연구원 정갑식 박사 "주성분 메탄가스 분출시 인근 선박 침몰 빈번"(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배를 한순간에 소리없이 통째로 삼키는 '마(魔)의 해역-버뮤다 삼각지대'가 한국에도 있는 것이 아닐까?

지난달 30일 울산시 동구 방어진 동쪽 54㎞ 해상에서 선원 9명을 태운 동해 선적 트롤어선 영진호(59t)이 선주와 마지막 교신을 한 뒤 갑자기 실종된 경위를 놓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현재까지 5일째 수색 활동을 벌이고 있는 울산해경은 오징어 500상자를 실은 만선의 상태로 귀항하던 영진호가 이 해역 부근에서 어떤 갑작스런 이유로 '침몰'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울산해경은 우선 이 배의 조난 원인을 당시 초속 12∼16m의 강한 북서풍에다 3∼4m의 높은 파도 등 기상악화로 보고 있다.

해경은 그러나 이 배가 침몰했다면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일반적 침몰 사고와 달리 'SOS' 구조신호 조차 보내지 못할 정도로 당시 상황이 다급했냐는 점과 부유물 등 침몰 흔적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꼭 4년 전인 2005년 1월26일 오전 5시25분. 영진호의 사고 해역에서 6㎞ 떨어진 방어진 동쪽 60㎞ 해상에서 영진호의 경우와 아주 흡사한 선박 침몰 사고가 또 있었다.

당시 51t급 트롤어선 대현호는 선체 오른쪽에서 갑자기 발생한 큰 파도로 갑판 위에 있던 오징어 500상자가 왼쪽으로 쏠려 배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또다시 파도를 맞아 침몰했다. 이 사고로 선원 10명 중 7명이 실종됐고 선체는 지금까지 인양되지 못하고 있다.

이어 지난해 11월19일 오전 2시42분. 영진호 사고 해역에서 북쪽으로 6㎞쯤 떨어진 경주시 감포항 동방 54㎞ 해상에서도 79t급 통발어선 115한일호가 갑자기 거세진 파도에 전복되면서 선원 10명 가운데 7명이 실종됐고 이 배 역시 지금도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다.

이런 일련의 사고에 대해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위성관측기술연구부 정갑식 박사는 이 일대 에 있는 해저 '메탄가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영진호와 대현호, 한일호의 사고 해역 가운데 해역인 방어진 동쪽 58㎞ 해상에는 바닷속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동해-I 가스전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가스전에서 주로 생산되는 가스는 LNG(액화천연가스)로 메탄가스가 주성분.

정 박사는 "바닷속에서 갑자기 메탄가스가 분출되면서 큰 거품 덩어리가 물 위로 올라오고 그 거품 덩어리가 배를 둘러쌀 경우 물의 밀도가 갑자기 낮아지기 때문에 배는 부력을 상실하고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2005년 1월31일 제주도 마라도 남동쪽 65㎞ 해역에서 발생해 선원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3003신화호 침몰사고도 똑같은 원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같은 해역에서 신화호 외에도 지난해 1월 30일에는 선원 13명을 태운 제102소양호가, 2004년에는 부산선적 백진호가 선원 8명을 태운 채 갑자기 침몰하는 등 모두 3척의 선박이 사고를 당해 지금까지 인양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 박사는 "마라도 남동쪽 65㎞ 부근 해역의 해저는 수심 80∼100m 정도로 지난 2002년 조사에서 메탄가스층이 폭넓게 분포된 사실이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정 박사는 "해저의 메탄가스는 약한 지진이나 지각변동 등의 환경적 요인에 의해 분출돼 사고를 일으키는데 메탄층이 많은 '버뮤다 해역 미스터리'(미국 플로리다주 동쪽 바다 일대에서 선박이 흔적도 없이 실종되는 의문의 사건)가 이 같은 선박 침몰의 대표적 사례"라며 "최근에는 유럽의 북해에서도 해저의 메탄가스 폭발로 침몰한 배가 바다 밑바닥의 메탄가스 분출구에서 발견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메탄가스층이 분포된 해저는 제주 마라도와 울산, 포항과 울릉도 사이의 울릉분지 등 3곳"이라며 "메탄가스와 선박 침몰 간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재식 울산해양경찰서장은 "현재 영진호가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아무런 흔적이 없는 것이 이상하다"라며 "이런 의문의 침몰 사고가 마라도, 울릉도 근처 해역에서도 자주 있었고 사고가 있었던 해역은 어민들이 항해조차 꺼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울산과 제주해경 조사 결과 지난 수년간 울산 방어진 동쪽 58㎞ 인근 해역, 제주도 마라도 남동쪽 65㎞ 인근 해역에서 조난을 당한 수 척의 어선들의 마지막 교신 내용은 공통적으로 "침몰중이다. 긴급 구조를 바란다"는 SOS 메시지가 아니라 "귀항한다. 기다려라"는 일상적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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