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한우 적발, 횡성선 무슨 일이?

여한구 기자 2009. 6. 1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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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여한구기자][브랜드 사용권 놓고 지역 내 갈등이 사태 초래]한우 브랜드의 '최고봉'로 인정받는 강원도 횡성에서 '짝퉁' 횡성한우를 판매한 사실이 당국에 적발되면서 횡성은 물론 한우 관련 기관 및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은 지난 17일 다른 지역의 한우를 들여와 횡성한우인 것처럼 판매해왔다는 이유로 횡성군 모농협 관계자 13명을 무더기로 형사고발했다고 발표했다.

공신력을 인정받는 농협에서 한우 브랜드의 '원조'격인 횡성한우의 원산지를 속여 팔았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특히 고급 한우 브랜드로서 명성이 자자한 횡성에서마저 가짜가 판친다면 도대체 믿고 먹을 수 있는 한우가 어디 있겠느냐는 소비자들의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명품' 한우 고장으로 명성을 쌓아온 횡성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까지 빚어지게 됐을까.

◇공급 부족이 근본 원인=횡성한우 맛이 탁월하다고 전국에 널리 퍼지면서 횡성한우는 일반 브랜드보다 1㎏당 2만원이나 비싸게 팔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횡성한우라는 고급 브랜드 가치에 따른 비용을 군 말 없이 지급해왔다.

그러나 횡성한우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린 게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다.

18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 횡성군 등에 따르면 횡성축협이 횡성한우 판매를 전담해올때는 별 문제가 없었다. 횡성축협은 횡성한우 기준을 '횡성에서 태어난지 6개월 이내에 거세된 수소 1등급 고기'로 엄격히 규정해 횡성한우 브랜드를 달아 판매해왔다.

문제는 연간 횡성에서 도축되는 소 1만1000여두 가운데 수소는 5000여두 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횡성산 암소를 키우거나 수소라도 2등급 이하를 판정받은 농가는 횡성한우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면서 불만이 쌓여갔다.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횡성군은 지역 수입증대를 기치로 내세우면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는 횡성축협의 반대를 무시하고 횡성군의 모농협을 통해 기존 기준과 벗어난 쇠고기를 지난해부터 횡성한우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횡성축협 대 군청·판매 농협간의 대결구도가 형성됐으며 각종 고발도 당국에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연임을 의식하는 현직 군수가 정치적 목적에서 횡성한우 범위를 넓히려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결국 지켜보던 당국이 '칼'을 빼들면서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소를 횡성으로 가지고와 도축한 뒤 횡성한우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사실이 확인됐고, 집단고발 사태로까지 번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고급한우 이미지가 사용돼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제재를 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횡성한우 범위는 어디까지?=당국의 철퇴를 맞은 농협은 타 지역산 소를 횡성에서 최대 4개월간 사료를 먹인뒤 횡성한우로 판매한게 문제가 됐다.

그러나 현재 법 규정에는 타 지역의 소를 얼마 정도 키워야 이동한 지역의 소로 인정해주는 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현재는 외국산 소라도 6개월 이상만 국내에서 비육하면 '국내산'이라고 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대외무역법 규정을 준용하고 있는 정도다.

따라서 외지 소를 가지고와 6개월 이상만 기른 뒤 횡성한우라고 표기하면 아무 문제가 없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비싼 돈을 지불하고 횡성한우를 먹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찜찜할 수 밖에 없다. 횡성축협에서 '횡성한우' 범위를 아주 좁게 적용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횡성군은 횡성한우의 범위를 넓게 해석해 횡성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일정기간 기르고 먹인 소 전체를 횡성한우로 인정하려 하고 있다.

횡성군은 더 나아가 올 가을 조례를 제정해 자의적으로 '몇 개월간 횡성에서 사육하면 횡성한우로 인정한다'고 규정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7월부터는 횡성축협을 제외한 관내 4개 농협으로만 구성된 '횡성한우 유통사업단'도 출범시킨다.

오는 12월부터 횡성한우의 범위를 좁게 적용한 지리적표시권제가 시행되지만 1등급 거세 수소 한우는 '명품'으로 따로 표시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어찌됐든 비싼 돈을 주고 횡성한우를 사 먹는 소비자들만 헷갈릴 수 밖에 없는 형국이 됐다.

횡성군 관계자는 "횡성산이지만 암소라는 이유로 횡성한우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횡성한우 브랜드를 사용한다고 해도 등급표시를 하면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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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기자 han19@<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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