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노숙자, 무너진 내 집 마련 평생의 꿈

이형주 2009. 5. 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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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5월 가정의 달을 맞은 가운데 무호적 노숙자가 내 집 마련을 위해 평생 폐지.고철을 수집하며 거액을 모았으나, 이름이 없어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4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4시40분께 광주 북구 모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나모씨(56.추정)는 자신 명의로 1억2000만원이 넘는 저축을 했다.

나씨는 30~40년 전부터 폐지. 고철을 모으는 리어카에 비닐을 덮고 잠을 자다 7년 전부터는 북구 용봉동 빈터에 작은 컨테이너를 설치해 생활했다.

그는 평생 떠돌이 생활을 하며 폐지. 고철을 모아 판매한 돈을 항상 모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평생 고철을 판매한 돈을 모은 것은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그는 1993년께 북구 운암동 모 은행에 그동안 모은 돈을 저축한 뒤에도 계속 폐지.고철을 판매한 돈을 저축했으나 결국 찾지는 못했다.

그는 그동안 사용하던 나씨라는 명의로 저축을 했으나 주민등록증이 없는 무호적자인 탓에 금융실명제 이후 저축한 돈을 찾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신분이 없는 탓에 기초수급자 지정을 받지 못했고 오로지 폐지.고철 수집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절약해 저축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씨의 딱한 처지를 알게 된 북구 용봉동 동사무소 직원들은 지난 1월부터 경찰에 신원파악을 의뢰했고 법원에 진짜 성본(이름) 창설을 요청하는 신청을 제기했다.

나씨는 조만간 진짜 이름도 갖게 돼 저축한 1억2000만원을 찾아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룰 상황이 됐으나 최근 췌장암을 앓아 병원치료를 받던 중 숨지고 말았다.

경찰은 나씨가 지병으로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 조만간 매장을 하는 한편 신분확인 작업을 계속 벌일 방침이다.

경찰은 나씨가 저축한 1억2000만원은 유족이 없는 탓에 국고로 환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북구 용봉동 동사무소 사회복지 담당 류모 계장(53)은 "숨진 나씨가 진짜 이름과 내집 마련 꿈을 위해 평생 폐지 수집을 한 것 같고 가슴에 항상 통장을 지니고 살았던 것 같다"며 "거액을 저축하고도 이름없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숨진 나씨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형주기자 peneye@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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