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키운 소 121마리 안락사.." 축산농가 아들의 눈물

디지털뉴스팀 안광호 기자 2010. 12. 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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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확산으로 축산 농가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10년 넘게 키운 소들이 살처분 된 가족의 억울한 심정을 호소한 글이 인터넷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2일 오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자신을 '구제역 살처분 축산농가 아들'이라고 소개한 네티즌 '유**'의 글이 올라왔다. 이 네티즌은 살처분 대상 통보를 받은 때부터 농장 소들의 살처분 후 보상문제까지 시간대별로 자세히 기록했다.

이 네티즌은 "저의 부모님은 지난 13년간 한우를 키우고 계셨다. 암소와 송아지, 거세 숫소 등 모두 121마리였다"고 운을 뗀 후, 지난 19일 밤 11시 파주시 축산계장으로부터 '살처분 대상'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2일 9마리의 출하를 위해 방문한 도축배달 차량이 (그 전에) 구제역 오염 농장을 방문했으며, 도축 차량이 이동한 농장은 예방 차원의 살처분 대상으로 지정되기 때문"이라고 살처분 대상이 된 이유를 전했다.

이어 "이튿날인 20일 오후 살처분을 위해 저의 집 농장 한 가운데를 파서 매립하겠다고 했고, 어머니는 '지하수 오염과 121마리를 매장한 곳에서 편히 살 수 없다'며 눈물을 흘린 끝에 매립지 확보를 위해 (살처분을) 하루 연기했다"고 적었다.

하루가 지난 21일 오후 3시. 살처분을 위해 방문한 방역담당 여성 직원과 남성 직원 등 2명이 농장에 도착했고 가족들은 항의와 눈물로 호소했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오후 5시 파주시 직원까지 나서 부모에게 무릎을 꿇고 살처분에 협조를 부탁했고, 가족들은 결국 마지막 가는 소들을 위해 고급사료를 줬다"며 "이후 방역 담당자가 안락사를 위해 (소들에게) 독약을 주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 121마리 중 숫소부터 차례로 안락사 시켰고, 큰 놈은 2분 만에, 암소는 1분, 송아지는…."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갓난 송아지가 4마리가 있었다. 여자 방역담당자가 갓난 송아지들의 독약 주사기를 들고는 '제가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 같네요'라며 울면서 주사를 놓기 시작했고 이 여성은 구토를 했다"고 전했다.

밤 12시 마지막 송아지가 죽는 것을 확인하고서 파주시 관계자와 동원된 인력, 중장비로 농장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소들을 끌고 나와 트럭에 싣기 시작했다.

이 네티즌은 "새벽 4시를 넘겨 작업이 마무리됐고, 100마리가 넘는 소들이 밥 달라고 울어대던 농장에는 적막만이 흘렀다"고 적었다.

그는 살처분 조치에 대한 정부 보상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축협에 지고 있는 빚과 사료값, 축사시설 관련 대출, 트랙터, 각종 시설물, 쌓아둔 볏짚 등 소요비용만 한 해 2000만원 정도 들어간다"면서 "(실거래의 평균값을 적용시키는) 정부의 대책은 무책임하며, 정확한 기준과 항목이 없는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120두 정도 키우는데 13년 걸렸다. 그동안 주말과 휴일도 없이 고생하신 저의 부모님의 땀은 누가 보상을 하느냐"며 분개했다.

이 글은 네티즌들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네티즌들은 "속상하고 눈물난다" "너무 슬픈현실이다. 13년동안 일궈낸 농장이 하루아침에…." "걸린게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애꿎은 생명을 무참히 죽여야만 하는 것일까. 어린 소가 자라서 안겨줄 이득, 당장 못쓰게 된 물건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라며 안타까워했다.

<디지털뉴스팀 안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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