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재개발' 팔 걷어붙인 '동네목수'들

이서화 기자 2012. 1. 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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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장수마을 주민 힘 모아 주거 환경 개선 작업

"뚝딱 뚝딱, 쓱쓱 삭삭."

2012년 새해 벽두부터 서울 성북구 낙산공원 바로 아래 장수마을 꼭대기 빈집에서 망치질과 대패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 동네 마을기업인 '동네목수'에서 일하는 주민들이 빈집을 마을카페로 꾸미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달 중에 준공될 마을카페는 낙산공원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간단한 음료를 팔고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이용될 참이다.

동네목수에서 일하는 장수마을 주민들의 올해 포부는 남다르다. 마을 집 고치기도 해야 하고 오래전부터 구상만 해오던 장애인들을 위한 맞춤가구 제작도 성공시켜야 하기 때문에 분주하다. 어느 해보다 바쁜 한 해가 시작됐지만 재개발 바람이 불며 삭막해졌던 마을에 훈훈한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희망이 이들의 자신감을 북돋우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북구 삼선동 '장수마을 목조공방'에서 동네목수 김금춘씨가 대패질을 하고 있다. | 성북구 제공날 때부터 이 마을에서 줄곧 살아온 이용우씨(47)는 "요새 클래식기타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는데 동네목수에서도 클래식기타를 만들어 내다 팔고 싶다"며 "올해엔 동네목수도 잘되고 마을이 번창해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테랑 목수 김금춘씨(76)를 포함, 지난해 여름 마을 주민 예닐곱이 마을기업 동네목수를 시작할 때 다른 주민들은 관심없다는 듯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지금은 다르다. "놀면 뭐하나" "조금이라도 더 젊은 내가 일해야 한다"며 여기저기서 일하겠다고 난리다. 밖에서 일할 때보다 3만~4만원 적은 일당이지만 꽤나 보람차다. 이웃끼리 서로서로 집을 고쳐주고 돌봐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학룡 동네목수 대표(43)는 "마을에서 뭔가를 함께하려는 마음이 생기고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엔 동네목수들을 위한 작업장인 '장수마을 목조공방'이 마을 경로당 지하에 문을 열었다. 성북구에서 주민 주도의 마을만들기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공간을 마련해주고 기계를 들여놨다. 이날 능숙한 대패질 솜씨를 선보인 김금춘씨는 "목수 일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다"며 "장수마을에 무너질 것 같은 집이 많은데 모두 수리해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동네목수의 주 활동무대인 장수마을의 다른 이름은 '삼선4구역'이다. 2004년 재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수년간 재개발 소식은 감감하고 집들은 하나둘 낡아갔다. 주민 대다수가 세입자라 손쓰기 어려웠다. 언제 헐릴지 모를 집을 집주인은 나 몰라라 했다. 버려져 방치된 빈집도 10채 이상 늘었다.

주민들은 기약 없는 아파트 개발 대신 2008년부터 대안적 개발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을학교가 운영됐고, 도시농업을 시작했다. 망가진 집은 직접 고치고 빈집엔 사람의 온기를 불어넣을 계획도 세웠다. 장수마을의 대안개발을 이끄는 박학룡 대표는 "주민들이 여러 아이디어들이 하나씩 실현되는 과정을 보면서 신기해하는 것은 물론 이제는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45)은 "장수마을이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는 길에 동네목수 작업장과 마을카페가 그루터기가 되면 좋겠다"며 "이번에 개관한 성북구 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서도 이들을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서화 기자 tingco@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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