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 산하 공기업' 총 부채 23조 넘어
서울시와 산하 공기업의 지난해 부채가 23조63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채는 오세훈 시장이 시정을 맡은 4년 동안 2.4배나 늘어났다. 반면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는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서울시 재정운영에 경고등이 켜졌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본청의 부채는 3조2454억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 1조8535억원보다 무려 75%(1조3919억원)나 늘어난 수치다. 시 예산 대비 채무액 비율도 12.8%로 전년의 8.5%보다 급증했다. 서울시 부채는 오세훈 시장 취임 직전인 2005년에는 1조109억원이었다. 4년 동안 시본청 부채가 221%(2조2345억원)나 늘어난 셈이다.
서울시 부채는 본청만이 아니다. SH공사를 비롯해 5개 공기업의 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서울시의 각종 개발사업을 맡고 있는 SH공사 부채는 2008년 10조8089억원에서 지난해 16조3454억원으로 51.22% 늘어났다. 2005년 3조3627억원과 비교하면 4년 동안 386%(12조9827억원)나 급증했다.
서울시는 SH공사 부채 등을 해결하기 위해 2008년부터 올해까지 4167억원을 전입금으로 보전해주고 있다. 각종 개발사업이 서울시 부채의 주 원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 지난해 서울시 산하 공기업들은 지하철공사 2조7100억원, 도시철도공사 1조2537억원, 시설관리공단 423억원, 농산물공사 386억원 등의 부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시본청과 SH공사의 부채와 합하면 모두 23조6354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수치는 4년 전인 2005년 9조5684억원보다 2.47배 많은 규모다.
서울시의 재정악화는 16개 광역지자체 중 재정자립도·재정자주도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데서도 드러나고 있다. 서울시 예산규모에서 자체수입(지방세·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90.4%에서 올해 83.4%로 크게 떨어졌다.
재정자립도가 하락한 것은 전체적으로 세수여건이 악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서울시의 예산규모에서 일반재원(자체수입·자주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재정자주도도 지난해 92.2%에서 올해 84.2%로 낮아졌다. 재정자주도의 하락은 조건 없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의 규모가 감소했음을 설명해 준다.
서울시는 재정 위기가 가속되고 있음에도 방만한 재정운영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작성한 '2009년도 세입·세출 결산 및 예비비 지출승인안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계획대로 집행하지 않고 남은 예산이 전체 예산의 6.5%(1조6418억원)에 달한다. 특히 도시철도건설사업 전출금 700억원과 노들섬 예술센터 건립기금 조성 220억원 등 5억원 이상 사업 중 전액이 불용처리된 경우만 해도 8건, 9276억원에 달한다. 또 불용액의 58%는 예산집행잔액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사업계획 단계부터 소요예산을 과다하게 편성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채무가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해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확대재정 정책을 펼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재정상태에 대해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은 "서울시는 '부채가 늘어나면서 자산도 늘어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변명하고 있는데 서울시가 계속 늘어나는 빚의 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서울시가 이제라도 재정 위기에 대해 깊이 있는 반성과 고민을 하고 획기적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시민들에게 빚만 떠넘기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한대광 기자 iloveic@kyunghyang.com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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