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또 핵심 비켜간 주택공급대책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당정간담회를 거쳐 확정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도심 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 주택 건설 방안'은 이명박 정부 4년과 이후 6년 동안의 중장기 부동산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안정을 위해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서민 주거만큼은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특히 향후 10년 동안 500만 가구(수도권 300만 가구)를 지어 현재 99.3%인 주택보급률을 107.1%로 높인다는 구상은 주택정책의 중심을 인위적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선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고 서민의 주거 복지를 향상시키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보금자리주택은 10년 간 120조 원을 들여 수도권 100만 가구와 지방 50만 가구를 짓는다지만 정부의 `희망'대로 순조롭게 시행될지는 의문이다. 용적률 상향(200% 수준)과 녹지율 하향 조정 등을 통해 분양가를 15% 가량 인하하고 30년 장기 대출 등으로 주택 구입 부담을 소득의 30-40% 수준으로 낮춘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게다가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직주(職住) 근접이 확보되는 환상적인 조건이라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릴 테니 굳이 분양가를 낮출 필요도 없을 게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재정을 쏟아붓지 않고는 실현이 요원한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다. 이쯤은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계속 쌓이기만 하는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그린벨트 해제인 모양이나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몇 십 년 동안 애써 지킨 도심의 그린벨트를 허무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이미 예정돼 있는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뛰어넘어 추가로 해제하려면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사전예약제도 돈을 미리 내야 한다면 기존의 선분양제와 크게 다를 게 없고 되레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어 돈 없는 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진짜 도심의 주택 공급을 늘릴 마음이라면 뉴타운이나 재개발.재건축이 정답이다. 그리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재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를 대폭 손질해 주택거래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번 대책에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이들 핵심 내용이 모두 빠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 재연을 걱정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참여정부 시절의 과도한 부동산 규제를 풀어야 할 적기다. 주택경기가 워낙 가라앉기도 했지만 설령 수요가 일어난다 해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로 돈줄이 묶여 있어 투기 광풍이 재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소형.임대주택 의무 건설 비율처럼 주택소유자들의 기득권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현행 제도들을 그대로 둔 채 도심 주택 공급 확대 운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런 의미에서 재건축 입주가 시작된 이후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잠실은 주택정책 입안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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