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1개 아파트 단지서 비리 168건 적발
서울지역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들이 보수공사를 하면서 무자격 업체에 시공을 맡기고 공사 금액까지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 11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공사·용역 내역, 관리비 운영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168건의 부정행위가 적발됐다고 8일 밝혔다.
가장 많이 적발된 사례는 아파트 공사·용역 발주 과정에서 드러난 부정행위(87건)였다. ㄱ아파트는 소방시설 보수공사를 할 때 공개입찰에 응모한 3개 업체를 무효처리한 뒤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변경했다. 이 아파트는 무면허 업체에 공사를 맡겨 1억4977만원의 공사비를 지급했다.
수의계약을 하기 위해 공사비를 200만원 단위로 쪼갠 편법계약도 적발됐다. 입찰과정에서 업체들이 담합, 공사 단가를 높인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관리비가 새나간 경우(15건)도 많았다. ㄴ아파트는 주차장 증설공사를 하면서 내역서에 현장에서 쓴 것보다 더 많은 공사물량이 사용된 것으로 속여 2154만원의 관리비를 추가로 지출했다.
ㄷ아파트는 거주자가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장기수선충담금'을 관리비 명목에 포함하기도 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 공용부분 유지·관리를 위해 적립하는 돈으로, 거주자가 아닌 소유자가 내야 한다. ㄹ단지는 장기수선충당금인 주차시설충당금을 관리비 항목에 포함시켜 거주자로부터 10억5600원을 받아 적립했다.
적발 건수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아파트 내 관리주체들인 입주자대표회의의 부정행위도 적발됐다. ㅁ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 선거로 인해 발생한 민형사 소송비 950만원을 운영비에서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우선 이번에 적발된 사례 가운데 사법처리가 필요한 10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입주민 권리보호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시는 앞으로 공사입찰 과정에서 부적절한 수의계약을 막기 위해 전문가 자문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의무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수선충당금이 부족하게 적립돼 있거나 관리비에서 장기수선충당금을 가져다 쓰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 적립금액과 사용실태 조사도 수시로 하기로 했다.
아파트 관련 회계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지난 3월 마련된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도 적극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아파트의 관리비 등이 통합정보마당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돼 주민이 사용내역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시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공동주택관리 지원센터'도 신설하기로 했다. 시·자치구,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아파트 관리실태를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관리비에 관한 상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 여러분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관리비가 이유 없이 손실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아파트 관리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사와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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