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보석섬' 굴업도에 철조망 친 CJ

박준철 기자 2012. 5. 3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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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주변 울타리 출입 통제주민 "관광지 반대여론 차단"

'서해안의 보석섬'으로 불리는 인천 굴업도에 철조망이 둘러졌다. 이 철조망은 굴업도 토지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CJ그룹 계열 씨앤아이레저산업(주)이 주민과 등산객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한 일종의 '영역표시'다. 씨앤아이레저산업(주)은 이 섬에 골프장을 포함한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환경·시민단체들은 "대기업이 관광단지 조성에 반대 여론이 이어지자 '힘자랑'으로 허가기관과 시민들을 사실상 협박하고 있다"며 철망 제거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시와 환경단체들은 씨앤아이레저산업(주)이 지난 21일부터 안전사고와 산불예방, 쓰레기적치 우려 등을 이유로 굴업도 주 등산로인 개머리능선과 송신탑으로 올라가는 주변에 가시 철망과 울타리를 높이 50~70m로 설치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31일 CJ그룹 계열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주)이 주민과 관광객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굴업도 등산로인 개머리 능선 입구에 철조망을 설치해 놓았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제공

업체 측은 최근 '불가피한 사유로 출입할 때는 명단과 출입목적, 시기를 통보해 사전 승인을 받고, 사진 촬영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역주민들에게 보냈다. 앞서 씨앤아이레저산업(주)은 2010년에 굴업도 선착장 등 4곳에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게시판을 설치하고 무단출입 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문을 내걸었다.

1.7㎢(52만평) 면적에 16가구가 살고 있는 인천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는 씨앤아이레저산업(주)이 2000년 초부터 5년 동안 굴업도 토지를 사들여 현재는 98.2%를 매입해 놓은 상태다. 업체는 4000억원을 들여 굴업도에 숙박시설과 골프장(9홀+연습장 9홀), 콘도(150실), 호텔(120실), 생태학습장, 수영장 등 휴양시설 등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인천시에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지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사전환경성검토서 절차에 위법성 등이 있다'며 보완하도록 통보했다.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철조망 설치가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 반대여론을 막기 위한 대기업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굴업도 출입을 막아 섬 보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론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굴업도는 약 8000만~9000만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말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산재가 콘크리트 반죽처럼 버무려진 화산쇄설암이 쌓이는 등 거듭된 화산활동의 자취와, 침식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섬이다. 문화재청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해안지형의 백미"라고 평가했다. 굴업도에는 평일엔 하루 평균 20~30명, 주말엔 100여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인천시는 씨앤아이레저산업(주)의 철조망 설치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굴업도는 관광지로 지정이 안된 상태인 데다, 사유지여서 철조망을 제거토록 지시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씨앤아이레저산업(주) 관계자는 "환경단체 관계자가 섬에서 실족 사망해 안전사고 예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최근 관광객들의 무단 야영으로 오물이 발생하는 등 환경도 훼손돼 자산관리 차원에서 철조망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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