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텅빈 관중석' 우려

입력 2011. 8. 3. 21:00 수정 2011. 8. 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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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입장권 80% 넘게 팔렸지만, 그중 14%만 개인구매

'등 떠밀린' 단체구매 86%…조직위, 단체마다 직원 배치 "꼭 경기장 와달라" 독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27일~9월4일) 조직위원회는 대회 개막 20여일을 앞둔 3일 입장권 판매율 80%를 넘기고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판매 실적만 보면 성공적인데도, 속으로는 '텅 빈 관중석'이 될까봐 속을 태우는 것이다.

조직위는 개회식을 포함해 전체 입장권 45만3962석 가운데 지난 1일까지 36만4787석을 팔았다. 이 가운데 31만3716석이 50명 이상 단체들에 판 것이다. 기업, 사회단체, 학교 등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단체구매한 것이다. 그러나 직장이나 단체가 쥐여준 공짜 입장권이 경기장 관람석을 얼마나 채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김상준 조직위 입장관리부 담당은 "역대 대회를 분석해봐도 개최 도시와 인근 지역 주민이 관중의 85%를 차지해 지역민들의 참여가 절실하다"며 "기관·단체들이 꼭 경기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관중석 채우기가 대회 성공 개최의 열쇠라고 보고 '사표 0%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대구지하철은 세계육상대회 주제가와 함께 조해녕 대회 조직위원장(전 대구시장)이 경기 관람을 독려하는 안내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대구시와 조직위는 관중을 모으려고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100장 이상 표를 산 단체마다 대구시 공무원을 배치해 책임담당제까지 시행하고 있다. 예컨대 단체표를 구입한 유통업체는 시 경제정책과 직원이 맡아, 관람에 걸림돌이 될 요인를 없애고 되도록 편하게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또 업체나 기관들에 대회 기간 동안 조기퇴근제를 하거나 경기장까지 회사 버스를 운행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지역 유통업체들은 응모한 고객들에게 추첨을 통해 입장권을 나눠주거나, 경기장에 입장해 도장을 받아오면 선물을 주는 행사를 열어 관람을 유도하고 있다. 입장권을 가진 시민들에게는 경기 당일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대구지역 음식점 7000여곳은 입장권을 지닌 손님에게 음식값 10%를 깎아주고, 상당수 미용실도 10% 할인 행사에 나선다. 입장권을 가진 열차 이용객에겐 대회 기간과 폐막식 다음날까지 고속열차(KTX) 요금을 왕복 1차례에 한해 10% 깎아준다. 대구 도심에서 경기장으로 이어지는 유료도로인 대구 범안로도 왕복 1회는 공짜로 통과시킨다.

김현덕 계명대 스포츠마케팅학과 교수는 "육상경기는 단체 응원 열기를 고조시키기 힘든 종목들이어서 자발적인 관중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며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국제대회 개최의 중요한 목적인데, 텅 빈 관중석이 전세계로 중계되면 자칫 역효과가 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구를 찾는 사람들이 경기 관람에 더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 등을 넉넉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대구/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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