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억 들여 '무상급식 투표'..오세훈의 몽니
[한겨레] 보수단체, 주민투표 청구
8월20일께 투표할 듯…서울시 예산·행정력 낭비
한나라당도 "민심 몰라"…시의회 "가짜서명 있어"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16일 서울시에 서울지역 초·중학생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를 공식 청구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8월20일 이후 만 19살 이상 서울시 주민투표권자를 대상으로 '전면 무상급식'과 '저소득층 50% 단계별 무상급식'에 대한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주민투표를 두고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강하게 반발하는데다, 여당인 한나라당 안에서도 반대 기류가 만만치 않아 큰 진통이 예상된다.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은 터에 거액을 들여 주민투표를 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초·중학생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복지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주민투표를 공식 청구할 수 있는 최소 인원인 41만8000명을 훨씬 넘는 80만1263명의 주민투표 청구 서명부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올 초 서울시의회의 전면 무상급식 조례 공포에 반발해 주민투표를 제안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민투표가 청구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투표가 복지 포퓰리즘에 종지부를 찍을 역사적 기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는 "서명운동 기간에 현역 국회의원이 불법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을 뿐 아니라 서울시 위탁기관 등에 대한 조직적이고 강압적인 서명활동이 있었다는 사례가 제보되었다"며 "이의신청 기간에 시민단체와 함께 직접 서명부의 대리서명과 유령서명 등 불법 여부를 가려내겠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회의 강희용 민주당 전략부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주민투표는 서울시 예산 182억원을 단번에 날릴 사상 초유의 예산낭비 사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오 시장의 '벼랑 끝 해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의원은 "서울시 재정을 봤을 때 대규모 예산이 드는 주민투표까지 부쳐 반대해야 할 사안인지 앞뒤가 안 맞는다"며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서울시당 쪽과 거의 협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은 지난 15일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며 "주민투표로 가면 또 갈등이 생긴다. 정치권이 나서 (철회하도록) 설득하는 역할을 당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오 시장이 민심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이와 관련된 정치적 책임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치열하게 고민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민투표가 실제 이뤄지기까지는 60~70일의 긴 여정이 남아 있다. 서명부 검증을 통해 중복 서명자, 타 시·도 거주자 등을 걸러내고, 이의신청, 주민투표청구심의회 개최, 공표 등을 거쳐야 한다. 80만여명의 서명부를 검증하려면 공무원 200명이 꼬박 5일 동안 전산입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여름휴가 기간 등과 겹쳐 투표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민투표에서는 투표율이 주민투표권자 총수(2010년 기준 836만명)의 3분의 1인 278만명에 미치지 못할 경우 아예 개표를 하지 않는다.
한편 조신 서울시교육청 공보담당관은 "시교육청은 어떤 논란에도, 정착단계에 들어간 무상급식을 흔들림 없이 실시하겠다"며 "무상급식과 관련한 주민투표 청구가 학교 현장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지원 임인택 김민경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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