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드] 서울 수백억 교통선불카드 충전잔액 누구 돈인가

2011. 5. 15. 18: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누적 이자수익 수십억… "시민들에 돌려줘야" 목소리 높아업체·서울시 "영업외이익으로 법적 문제 없다"에"개인에 환원하거나 공익 사업에 써야" 주장도 거세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수현(27ㆍ여)씨는 최근 방 정리를 하다가 책상 서랍 구석에서 교통선불카드(티머니ㆍT-money) 한 장을 발견했다. 김 씨는 지금이야 후불신용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지만 대학생이었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필요한 금액을 충전해 쓸 수 있는 티머니카드를 이용했다. 취업할 무렵 교통카드를 분실했던 그는 우연히 그 카드를 발견하고 나서야 자신이 카드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김 씨는 카드 잔액을 확인했더니 무려 1만2,000원이나 남아 있었다.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홍주표(30ㆍ남)씨는 선불교통카드 잔액이 부족할 때마다 금액을 수시로 충전해 쓴다. 홍씨는 카드 금액을 충전할 때마다 끝에 남게 되는 소액의 자투리 돈이 아깝기만 하다. 분명 숫자상으로는 그의 돈이 맞지만 1회 승차요금에는 모자라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홍씨는 개인으로 보면 작은 돈에 불과하지만 그와 비슷한 경우를 겪는 사람들의 것까지 합하면 꽤 큰 금액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많은 돈이 어디에 쓰일까' 홍씨는 궁금하기만 하다.

지난 2004년 서울시에 신(新) 교통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최근까지 대중교통에서 사용되는 선불교통카드의 장기 미사용 누적 충전선수금(충전잔액)은 수백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은 선불교통카드발행사의 영업외이익으로 들어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선불교통카드 발행사인 한국스마트카드와 이 회사의 대주주인 서울시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사용 충전잔액은 결국 시민들의 돈인 만큼 이에 따른 이자수입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카드 안에서 잠자고 있는 돈=

장기 미사용 충전잔액이란 김씨와 홍씨의 경우처럼 시민들이 선불교통카드에 현금을 충전해 놓고도 카드를 분실하거나 1회 승차요금에 금액이 부족해서 장기간 사용하지 못한 푼돈을 말한다.

15일 서울시의회 남재경 한나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주)한국스마트카드 미사용 충전선수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2월 기준 미사용 누적 충전잔액은 총 719억원으로 이 가운데 1년 이상 사용되지 않은 금액은 193억원(26.8%)이다.

기간별로 살펴보면 1년 이상~2년 미만이 6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2년이상~3년 미만 45억원 ▦3년이상~4년미만 37억원 ▦4년이상~5년미만 36억원 ▦5년이상 10억원 등의 순이었다. 기간에 따라 최소 수십억원에서 최대 수백억원에 이르는 시민들의 돈이 갈 곳을 잃고 교통카드 안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다.

남 의원은 "보통 미사용 충전잔액은 1년 안에 사용되지 않으면 다음 해로 이월돼 계속 쌓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2009년 10억원 수준이었던 '5년 이상 미사용 충전잔액'이 2010년 45억원으로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시민의 돈이 왜 기업으로 들어가나=

미사용 충전잔액에 대한 이자수입이 고스란히 교통카드 발행사의 영업외수익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도 논란거리다.

15일 한국스마트카드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T-머니의 미사용 충전잔액에 따른 누적 이자수입은 27억원 정도다. 현재 이 금액은 전부 한국스마트카드의 영업외이익으로 계상돼 언제든지 운영 비용 등으로 쓰는 게 가능하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충전선수금은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정의' 규정에 따라 회사의 소유이고, 충전선수금 보유로 인한 이자수익은 회사의 적법한 운영이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의 또 다른 선불교통카드인 U-PASS(유패스)를 발행하는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의 사정도 엇비슷하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U-PASS의 미사용 충전잔액에 대한 이자수입은 총 52억7,000만원. 버스운송사업조합 측은 이 중 상당액을 교통카드 관련 직원 인건비와 경상운영비로 쓴 상태다.

이처럼 시민들의 돈인 미사용 충전잔액에서 발생한 이자를 교통카드 발행사들이 자신들의 수익으로 가져가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 의원은 "시민의 돈을 예치해서 발생한 이자 소득인데 교통카드사가 아무런 얘기도 없이 전부 가져가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마일리지나 선할인 같은 제도를 통해 직접 개인에게 환원하거나 시민을 위한 공익사업에 투자ㆍ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신욱 참여연대 사회경제팀 간사는 "이자수입은 결국 시민들의 돈"이라며 "어떠한 방식이 되었던 간에 원래 주인인 시민들에게 환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스마트카드ㆍ서울시 "법적 문제 없어"=

한국스마트카드와 서울시는 장기 미사용 충전잔액은 현행법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자수입의 시민환원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스마트카드의 한 관계자는 "미사용 충전잔액은 교통선불카드 발행자의 부채이며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보유자의 환급 요청 시에는 미리 약정한 바에 따라 환급할 의무가 있다"며 "일정기간이 지난 카드 잔액이라 할지라도 교통카드 사업의 공공성 등을 고려할 때 소멸시효와 무관하게 이용자의 환급 요청시 언제든 환급해야 하기 때문에 임의로 소멸 처리해 활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보통 상법은 상인간 거래에서 채권자가 권리를 5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채권ㆍ채무 관계가 소멸되지만 선불교통카드의 충전잔액과 관련한 전자금융거래법에는 소멸시효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다.

이 관계자는 "지휘감독 기관인 금융감독원, 다른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체 등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장기 미사용 카드의 충전금 활용을 위한 법률 개정을 포함한 법제화가 된다면 이 법에 규정한 바에 따라 처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 회사의 지분을 35% 소유한 대주주이지만 경영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누적적자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장기 미사용 충전잔액 처리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의회 교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한국스마트카드는 지난 2007년이 돼서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흑자로 돌아섰다"면서 "아직까지 누적적자가 해소되지 않은 이상 시에서 섣불리 장기 미사용 충전잔액이나 이자수입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2003년 LG CNS 등 26개 컨소시엄(한국스마트카드 승계)과 체결한 신교통카드구축사업 시행합의서에 '공익에 현저하게 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경영 및 이윤추구행위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명시한 것도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지급수단 발행 대가" vs "시민재산"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임동녕 대학생 인턴기자

>

가장 큰 항공모함의 6배… 韓 기술력 '최고!'
"젊은 여성들 보톡스 맞으면…" 충격!
"한국서 핵무기 사고 있었다" 충격적 발언
여배우 이화선 레이싱카 전복 '아찔'
中 싹쓸이할 '쏘나타급 신형차' 뜬다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