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노동자 대량실업 위기..3만명 생계 '벼랑'

2011. 1. 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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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다른 일자리 구하러 이곳저곳 떠돌아다녀

바이러스 전파될 수도…차단방역 필요

최소한 생계자금 등 지원책 마련해야

구제역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축산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대량 실업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최소한의 생계 보장은 물론이고 구제역의 차단 방역을 위해서도 이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제역 관련 축산노동자 대다수는 양돈농장에서 일한다.

돼지 3000마리를 매몰처분한 경기 파주시 농장주인 장석철(50)씨는 "방역 때문에 아직까지 외국인 노동자 2명을 데리고 있지만 곧 자기 나라로 내보낼 계획"이라며 "사정이 딱해 다른 일이라도 주선해주고 싶어도 축산업 취업 목적으로 입국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구제역 발생 지역에서 실직한 노동자들의 유입을 막는다며 지난달 22일부터 외국인 노동자의 축산농장 취업을 막고 있다. 지난 3일에는 고향 베트남에 다녀와 제주 축산농장에 복귀하려던 베트남 출신 노동자도 농장주와 협의해 다른 지방으로 떠나도록 했다.

충남 천안의 양돈농장에서 15년째 일해온 이영배(51)씨는 "축산노동자 대부분이 40대 이상의 장년층이고 4대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며 "이미 실직한 노동자들은 아무 지원 대책도 없고 재취업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우리도 언제 그렇게 될지 몰라 모두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대한양돈협회의 정선현 전무는 "농장을 떠나야 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는 문의가 일선 농가에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8000여 양돈농가에 노동자가 3만명가량 일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 것으로 양돈협회는 추정한다. 농림수산식품부 공식 통계에 잡힌 외국인 노동자는 2400명에 불과하므로, 축산농가에서 일하는 나머지 외국인 노동자 1만여명은 '불법 체류' 신분인 것으로 보인다.

실직 노동자들은 절박한 처지 때문에 다른 농장의 일자리를 찾으러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차단 방역 강화를 위해서도 최소한의 생계자금 지원 등을 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가족을 먹여살리려고 다른 농장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는 생계형 실직 축산노동자들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정부와 축산농가들이 부담을 나눠 구제역 실직자들에게 일종의 실업급여 같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제안을 냈다.

농식품부는 구제역 피해를 본 농장주에게는 △매몰처분 보상금 △생계안정 자금 △가축입식 자금에 더해, 중·고교 자녀 학자금 면제와 일부 세액 공제 등의 보상을 제공하고 도축장과 가공장에도 경영안정 자금을 융자하고 있다. 하지만 구제역 피해 농장의 노동자 실업 지원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김현대 선임기자, 파주 제주/박경만 허호준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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