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폭락장..'쪽박찬 개미들' 아우성

2008. 10. 1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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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부 펀드 투자자 은행앞 농성

투자 손실 증권사 직원 자살도

지점선 "항의전화 받는게 일과"

10일 정오,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서울 여의도의 한 지하 식당가. 삼삼오오 식사를 하는 풍경은 평소와 같았지만, 간간이 길고 나직한 한숨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오전 종합주가지수가 한때 1200 밑으로 떨어지자, 식탁마다 "내 펀드는 몇 %가 떨어졌다"는 식의 대화로 술렁였다. 한 시중은행에 다니는 정아무개(35)씨는 "펀드를 포함해 2천만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는데, 내 경우엔 오전에만 80만원 손해를 봤다"며 "우리 팀원 12명 가운데 9명이 주식을 하는데, 워낙 손해가 크니까 팀 분위기도 좋지 않고 일손도 잡히질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증시 폭락이 계속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개미'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파워인컴펀드에 투자했다 원금을 거의 까먹을 처지에 놓인 가입자 5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을 찾아 "투자 손실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원금 보장을 요구하며 격렬히 항의했다. 이 펀드 상품의 누적수익률은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마이너스 81%에 이른다. 2003년 초 이 펀드에 1억5천만원을 투자했다가 현재 계좌에 200만원밖에 남지 않았다는 조아무개(68)씨는 "자식들 모르게 펀드에 들었는데, 이 사실을 알면 생활비도 안 줄 텐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해진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이 펀드는 국외 모기지 회사 주식 편입 비율이 높아, 미국의 부실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큰 손실이 나기 시작했다.

주가 폭락으로 큰 손해를 본 증권사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9일 저녁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모텔에서 ㄱ증권 영업점 직원 ㅇ아무개(32)씨가 객실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모텔 주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숨진 ㅇ씨의 아버지로부터 '아들이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유치한 돈이 손해를 보는 바람에 빚이 있다고 해서 얼마 전에 돈을 송금해 주기도 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다"며 "ㅇ씨가 최근 투자금 손실 문제로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올 초까지 이어진 상승장에 대한 기대로 '꼭 필요한' 생활자금이나 대출 받은 돈을 주식이나 펀드에 털어넣었던 이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안아무개(37)씨는 "집 장만을 위해 예금 대신 펀드를 들었는데 지난달 큰 손실을 입었고, 최근엔 주가가 바닥이라고 생각해 이를 만회하려고 무리해 대출까지 받아서 주식을 샀다"며 "주가 변동 폭이 크다 보니 제대로 업무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시황만 쳐다보며 하루를 보낼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직장 생활 3년째인 서아무개(29)씨는 지난 9일 입사 직후 들었던 주식형 적립식 펀드를 해지했다. 서씨는 "올해 초에 견줘 1천만원 정도 손해봤지만, 만회가 어려울 것 같아 포기했다"며 "내년쯤 결혼을 계획했는데 1년을 미뤄야 할지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시중은행 지점장 황아무개(42)씨는 "요즘 펀드 투자자들 전화받는 게 직원들의 주요 일과"라며 "나도 오전에만 10여통 이상을 받았는데, 고액 투자자들보다는 2천만~3천만원 정도를 투자한 이들의 항의성 전화가 많다"고 전했다.

정유경 권오성 노현웅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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