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재팬 부활 몸짓에 5만여 팬 열광

2008. 3. 3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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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무적' 엑스재팬(X-JAPAN)을 기다린 팬들은 위대했다. 그리고 팬들의 고집스러운 기다림에 '엑스재팬'은 29일 '파괴의 밤'을 선물했다.

1997년 12월31일 해산 공연이 열렸던 도쿄돔을 11년 만에 다시 찾은 일본의 전설적인 록밴드 '엑스재팬'은 전설이기를 거부했으며, 팬들은 그들의 귀향을 뜨거운 성원으로 반겼다.

이날 공연은 예정된 시각보다 2시간15분이 지난 오후 8시45분께 시작돼 기나긴 기다림의 재회가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해 줬다. 설레는 동창회에 모인 듯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참석한 양복 차림의 직장인들에 아이들과 함께 한 부부팬, 그리고 부모를 모시고 온 가족들, 특히 휠체어에 몸을 싣고 잔뜩 분장한 열성 팬들까지 도쿄돔은 시작 전부터 기대와 흥분에 휩싸였다.

'공격 재개 2008-파괴를 향해'라는 타이틀이 걸린 부활 콘서트의 첫날 무대는 인연의 끈을 풀듯 11년 전 도쿄돔 공연에서 해체를 알렸던 '더 라스트 송(The Last Song)'으로 막이 올랐다. 고막이 터질 듯 도쿄돔 가득 울려퍼지는 사운드와 비명에 가까운 팬들의 함성이 뒤섞인 가운데 11년 만의 재회가 시작됐다.

카리스마 넘치는 요시키(43)의 현란한 드럼 스틱은 음을 잘게 부쉈으며, 팬과 무대를 선율로 이어간 파타(43)와 히스(40)의 쉴새 없는 현의 테크닉, 거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 토해내는 보컬 도시(43)의 노래는 1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무적' 엑스재팬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밖에도 미국 하드록밴드 '건스 앤 로지즈(Guns N Roses)'의 기타리스트 리처드 포르터스, 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의 록밴드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의 전 멤버 웨스 볼랜드도 우정 출연해 인상적인 연주로 분위기를 돋웠다.

그 가운데 1998년 5월2일 사망한 히데(본명 마쓰모토 히데토) 대신 튜르비용 비주얼 록밴드 '루나 시(Luna Sea)'의 전 멈버 스기조(SUGIZO)가 기타를 맡아 파워 가득한 연주로 히데의 재림을 선보여 큰 갈채를 받았다.

또한 '히데스 룸(HIDE's Room)'에선 확성기를 등에 멘 연두색 형광복 차림의 백댄서 네 명이 히데로 분장해 SF적인 무대를 꾸몄으며, 대형 모니터에는 생전의 연주 모습이 라이브 영상과 함께 비춰져 팬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화려한 멤버들과 함께 무대 위에 등장한 히데의 홀로그램. 입 모양과 기타를 치는 손가락까지 생전의 열정적인 연주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1억5천만 엔(약 15억 원)의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드럼과 피아노를 오가며 다채로운 무대를 꾸미던 요시키는 재회의 기쁨에 흥분한 나머지 다섯 번째곡 '사일런트 젤러시(Silent Jealousy)'를 부른 후 엑스재팬 공연의 대명사가 된 추억의 '드럼 파괴' 퍼포먼스를 선보여 팬들의 흥분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또한 지난 세월의 숱한 우여곡절을 감싸안은 듯한 도시의 애절한 목소리는 록발라드의 전설인 '세이 애니싱(Say anything)'과 히데를 추모하며 만든 '위드아웃 유(Without You)'에서 더욱 빛을 더했다. 마치 심금을 울리는 시나위를 연상케 하는 어쿠스틱 무대가 끝난 후 10년 만에 지난해 선보인 신곡 'I.V.'로 부활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어 팬들과 함께 '紅(Kurenai)'을 부르면서 막을 내렸다.

객석과 무대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의미가 없는 이날 공연 분위기는 앙코르곡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아트 오브 라이프(Art of Life)'를 연주하던 리더 요시키가 갑자기 실신해 스태프에 의해 들려 나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요시키를 외치는 팬들의 비명이 진동하는 가운데 첫날 '파괴의 밤'은 끝났는데, 관계자에 따르면 팬들과의 재회를 위해 전날 밤 철야작업을 하는 등 전력을 기울이던 요시키의 체력이 완전히 소진됐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총제작비 250억 원의 초호화판 무대에 5만 명의 팬들이 뿜어내는 뜨거운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전 세계 23개국에서 150여 명의 외신기자들를 포함해 500여 명에 달하는 기자들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으며, 와우와우TV가 공연 실황을 생중계해 행사장을 찾지 못한 엑스재팬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었다.

실신 후 응급처치를 받은 요시키는 오후 11시께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태국, 홍콩 등 세계 각지의 미디어를 상대로 간담회를 열고 공연 소감과 함께 월드 투어 계획을 밝혔다.

"팬들의 환성을 들으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흥분되는 순간이었다"고 말문을 연 요시키는 "도쿄돔에는 몇 차례나 섰지만, 오늘 공연 무대에 서니 마치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선보인 히데의 홀로그램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히데와 무대를 꾸미는 것이 꿈이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기술들을 총동원했다. 그린 스크린을 이용해 히데의 모습을 창조했고 사운드를 살려내는 데 상당히 고생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첫날 무대가 늦게 시작된 것은 히데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홀로그램 설비를 설치하는 데 예상 이상으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월드 투어 일정에 대해서는 "먼저 남은 이틀간의 공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생각이다. 월드투어는 이틀 공연을 모두 마치고 생각하겠다"고 답변했다.

엑스재팬의 내한공연을 주관하는 공연기획사 예스컴의 윤창중 대표는 "엑스재팬이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8월 한국을 찾는다. 8월16일로 예정했으나 광복절 연휴여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의 대관이 밀려 있다. 아직 확실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8월에 내한공연을 갖는 것으로 엑스재팬 측과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gounworl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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