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반대집회 닷새간 결산
각계각층 목소리 전달…큰 충돌은 없어
"관심 끄는데 성공"…"교통체증에 짜증"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제2차 본협상이 닷새만인 14일 끝났다.
그동안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 반(反) FTA 단체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FTA 중단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으나 경찰 등 공권력과 비교적 큰 충돌없이 일정을 마무리했다.
◇ 다양한 FTA 집회ㆍ시위 = 한미 FTA를 반대하는 집회 및 시위가 닷새 동안 이어졌다.
노동자, 농민, 시민단체, 대학생은 물론 의료계, 언론계 등 각계 각층이 반대시위에 동참, 지난 12일에는 6만명(경찰추산 2만8천명)이 서울시청 앞과 광화문 일대에서 한미FTA저지 2차 범국민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매일 기자회견과 집회를 여는 것은 물론 세미나와 `100시간 논스톱 릴레이 문화행동', 촛불집회, `200인 동시 지하철 1인시위'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반대운동을 벌였다.
또 인터넷 주요 사이트에 FTA의 문제점을 알리는 글을 게시하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FTA의 부당성을 홍보하는 데도 주력했다.
민주노총은 이례적으로 노동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저지를 위해 하루 동안 시한부 총파업을 벌였고 한국을 방문한 미국 양대 노총 대표단과 함께 FTA 중단을 촉구했다.
12일 범국민대회는 최대 1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돼 자칫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우려됐으나 폭우 때문에 상당수 농민 등이 상경하지 못해 집회 규모가 대폭 축소됐고 시위도 우려했던 만큼 격렬하지 않아 부상자가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여전히 죽봉을 휘두르거나 돌을 던졌고 경찰이 방패와 곤봉으로 맞서 지난 닷새 간 전경버스 23대가 파손됐고 정모(21) 수경의 안면신경이 끊어지는 등 전경 14명이 다치고 시위대 수십여명이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다.
더구나 12일에는 200㎜가 넘는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시위대가 세종로 등 주요 도로를 점거하면서 서울 도심교통이 완전히 마비돼 퇴근길 시민들의 불평, 불만이 쏟아지는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위대가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원정시위를 벌일 때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더니 국내에서는 불법 폭력시위라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일었다.
범국본 관계자는 "폭우 속에서도 6만명이 FTA 반대를 위해 모였고 큰 사고 없이 평화적인 시위를 벌인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지난 닷새 동안 다양한 집단이 FTA 저지를 위해 한 목소리를 냈고 많은 시민이 이에 동감했다"고 주장했다.
범국본은 앞으로 미국에서 열리는 3차 협상에 원정시위대를 보내고 매주 촛불집회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한미FTA 저지 운동을 계속 벌일 계획이다.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한미 FTA를 지지하는 집회도 이어졌다.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기독교사회책임,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11일 한미FTA 추진을 지지하며 거리 캠페인을 벌였고 12일에는 300여명이 모여 종로5가에서 `한미FTA 추진 지지 국민대회'를 개최한 뒤 신라호텔까지 행진했다.
이들 단체는 "한미FTA가 일자리 창출과 소득ㆍ수출 증대, 양극화 해소, 무역 불균형 개선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며 미국과 FTA가 체결되지 않으면 한국은 경제발전에서 뒤처져 결국 낙오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시민 반응 = 두드러졌던 反FTA 운동에 대해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대학생 김진경(23.여)씨는 "폭우 때문에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한미FTA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데 성공한 것 같다", 장용식(53.자영업)씨는 "평소 FTA문제에 관심이 없었는데 빗속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원 김진희(35)씨는 "12일 광화문에서 퇴근하는데 무려 4시간이 걸렸다. 이유 불문하고 교통체증 때문에 짜증스러웠다"고 시위대에 불만을 토로했고, 이만식(45)씨는 "나라에서 하는 일에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된다. 장점이 있으니까 정부가 추진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다수 시민들은 닷새 동안 이어진 집회 및 시위에도 불구하고 "FTA협상 진행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찬성과 반대 어느 쪽에도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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