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거론되는 대통령 전용기 교체문제

2006. 6. 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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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선근 편집위원 = 오랜 논란거리인 대통령 전용기 교체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 같다.

아직 예산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부에서 현재의 낡은 전용기를 대체할 새 전용기 도입문제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명숙 총리의 유럽순방을 수행중인 정부 고위 관계자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새 전용기 도입시기는 다음번 대통령 임기 중인 2008년께가 될 것으로 보이며, 대통령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무총리,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3부 요인의 해외방문 때도 띄우게 된다. 한 대의 도입가격은 1억 달러선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쪽은 도입시점으로 2010년을 얘기하고 있다.

사실 전용기 도입 얘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깝게는 작년 9월말 정기국회 중에도 이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당시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 중인 보잉 737기가 도입된 지 21년째나 돼 노후화한 데다 장거리 비행이 불가능한 점을 들어 교체의 시급성을 거론했다.

교체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전용기 노후화 외에도 국가적 위상문제 등을 주장하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낭비가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돼 새 대통령 전용기 도입 논의는 그동안 평행선을 달려왔다.

◇ 사용 중인 전용기는 = 현재의 전용기는 보잉 737-3Z8기종.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5년에 도입됐다. 이 기종은 첫 제작연도가 1965년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상당히 오래된 기종이다. 그중에서도 300계열은 비교적 초기 모델에 속한다. 737 표준형 제원을 보면 날개길이 28.35m, 동체길이 30.48m에 130명 정도를 태울 수 있다. 순항속도는 세부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시속 약 900㎞, 항속거리는 3천440㎞ 정도다. 전용기는 기체 앞 부분에 집무실 등 대통령을 위한 별도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등 상당한 내부변경이 이뤄져 있기 때문에 탑승인원은 통상 20-3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대통령 전용기답게 레이더 경보 수신기, 채프와 플레어 등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애초 이 기종은 항속거리가 짧아 보통 국제선보다는 국내선으로 자주 사용되는 기종이다. 최근들어서는 항속거리와 경제성을 대폭 높인 737의 부분 변형기종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우리 대통령 전용기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구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에도 중국, 일본이나 필리핀 등 동아시아 주변국 일부를 제외하고는 띄우기 어려운 난점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대부분의 장거리 해외순방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민항기를 임차 사용해온 것도 이런 전용기의 제한성 때문이다.

◇ 외국의 경우

▶미국 = 영화 '에어포스 원'에서도 등장했듯이 보잉 747기종 두 대가 대통령 전용 `공군 1호기'로 운용 중이다. 지난 1990년부터 기종이 교체돼 사용 중인 미 대통령 전용기는 보잉 747-200의 내부를 완전히 바꿔 대통령의 공중집무가 가능케 한, 그야말로 날아다니는 백악관이나 다름없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 제작사는 전통적으로 보잉이 맡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747 이전에는 1962년 케네디 대통령 이후 7명의 대통령이 애용했던 보잉 707기종이었다.

승무원 20여 명을 포함해 90여 명을 실을 수 있는 에어포스 원에는 대통령 부부침실을 비롯해 집무실, 식당, 회의실, 수행원실 등이 완비돼 있어 일반 항공여행과 비상시 집무활동에 불편이 없도록 설계됐다. 장착된 장비의 내역은 극비 중에서도 극비사항이지만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전 세계와 통신이 가능한 통신시스템의 우수성은 발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공중 재급유가 가능하도록 개조돼 사실상 체공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러시아 = 러시아 대통령 전용기도 세계 최강국의 면모를 과시하기에 부족함이없다. 기종은 일류신(IL) 96-300. IL96을 완전히 개조한 이 전용기도 미국이나 마찬가지로 `하늘을 나는 크렘린궁'이나 다름없다.

IL-96은 1992년 처녀비행한 4발 제트 여객기로 날개폭 60.11m, 길이 55.35m에 최대 속도는 900Km, 최대 항속거리는 1만2천Km로 보잉 747과 엇비슷한 장거리비행 능력을 가지고 있다. 2층 구조로 된 전용기 내부에는 대통령 집무실, 침실, 회의실, 진료실, 샤워실에 미니바까지 완비돼 있으며 지상과 연결되는 완벽한 통신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화장실 변기만 7만5천 달러짜리 최고급이 설치되어 있고 스위스제 원목 장식으로 치장돼 있는 등 내부 장식에만 4천만 달러가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다. 이 전용기의 가격은 3억 달러선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일본.기타 = 중국 국가원수들은 전통적으로 `안전'을 이유로 항공여행을 기피해왔으나 근년들어 국가원수급 인사들의 해외방문이 급증하면서 보잉 767-300기를 전용기로 들여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정치국 정무위원 등 국가원수급 인사들을 위한 전용기도 집무실, 회의실, 침실, 의료실 등 내부가 완전히 개조되고 미사일 방어와 위성통신장비를 비롯한 첨단 기기들이 장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구입가는 1억 달러를 약간 웃돌지만 개조비용을 합치면 2억 달러선을 훌쩍 넘어섰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은 보잉 747기 두 대를 총리 등 정부 전용기로 가지고 있지만 도입과정에서 경제성 논란이 적지 않았고, 대만은 보잉 737기종이지만 비교적 신형인 800시리즈다. 태국도 2004년 논란 끝에 에어버스의 A-319기종을 도입해 총리 전용기로 운용 중이다.

이밖에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방 선진국들은 대부분이 국가 지도자를 위한 전용기를 가지고 있고, 태국이나 아르헨티나 등 많은 나라들이 정상들을 위한 전용기들을 운용 중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전세기를 이용하는 나라들도 없지 않다.

◇ 전용기는 절대안전? = 국가원수가 이용하는 전용기라고 해서 절대적으로 안전하고, 사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비와 운용과정에 최고의 기술이 동원되지만 크고작은 고장으로 정상들의 발길을 잡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4월초에는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이 파라과이 방문을 위해 탑승했던 전용기가 이륙한 지 얼마 안돼 객실에서 깨진 창문이 발견되면서 출발지로 돌아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앞서 작년 12월에는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로 가기 위해 전용기를 타려 했으나 전용기 출입문이 고장나는 바람에 비행기를 급히 바꿔타는 소동이 빚어졌다.

또 2004년 10월에는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탑승한 전용기가 엔진 고장으로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이 탑승한 `탱고 01'기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가에 위치한 호르헤 뉴베리 공항을 출발했으나, 왼쪽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이륙한 지 수분 만에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 엘 팔로마르 공군기지에 비상착륙했다.

이보다 한 달쯤 전인 2004년 9월에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전용기 고장을 이유로 유엔 총회 참석을 취소하기도 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당시 유엔 총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브라질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출국 직전 대통령 전용기에 `기술적 문제'가 생겨 출국할 수 없었다는 게 공보장관의 설명이었다.

◇ 전용기 "싫다"는 국가원수도 = 핵문제로 서방 측과 정면충돌하고 있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해 8월 취임한 그는 몇 달 후 전임 정권에서 발주한 대통령 전용기가 인도되자 이를 되팔거나 다른 용도를 찾아볼 것을 지시했다.

강경파이면서 동시에 검약주의자로 알려진 그는 "전용기를 이용할 만큼 항공여행이 피곤하지 않다"면서 민간용으로 돌리기 위해 항공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찾아볼 것을 교통장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당시 이란 언론들은 보도했다.

모하마드 하타미 전임 대통령 재임시인 2003년 주문돼 작년 11월 인도된 이란대통령의 에어버스 전용기는 구입가 3천900만 달러 외에 2천만 달러의 내장비가 추가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새 대통령전용기 후보기종은 = 보잉 747 혹은 777기종이 거론된다. 지금까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에서 임차해 띄운 전세기들이 주로 747기종이라는 점과 항속거리, 탑승인원 등을 감안한 관측들이다.

아직 모든 것이 미지수이지만 747 기종이 선택될 경우 미국의 에어포스 원이 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민간항공사가 대통령 전세기로 채택된 `코드원'을 내부개조할 때 1등석은 대통령 집무공간으로, 비즈니스석은 장관과 특별수행원석으로 , 이코노미석은 일반 수행원과 보도진 공간으로 배치해온 관례도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첨단 통신장비와 미사일 회피장비 등 일정수준의 방어장비 장착도 필수. 이렇게 보면 대통령 전용기의 한 대 가격은 1억 달러선을 훌쩍 넘어설 공산이 적지않다.

국방부측에서는 "신규 전용기는 탑승인원 150여 명에 유럽까지 논스톱으로 비행이 가능한 기종이 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에 기종이 결정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특히 국방부 중기계획에 전용기 도입예산이 1천900억원선 잡혀있는 사실은 전용기의 크기와 내부장비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 넘어야 할 걸림돌은 없나 = 세계 10위권으로 진입한 경제력을 보면 국력에 걸맞은 전용기 도입이 큰 문제가 아닐 듯싶지만 무엇보다 `정서의 장벽'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큰 일본의 경우도 정부 전용기 두 대를 들여오면서 `낭비가 아니냐'는 논란을 겪었고, 태국의 경우는 2004년 8월 에어버스사로부터 전용기를 인도받았으나, 도입결정과 발주에서 인도에 이르는 기간에 정부가 시종일관 `쉬쉬'했다는 이유로 언론의 집중 질타를 받기도 했다.

총리실 쪽에서 흘러나온 `2008년 전용기 도입'에 청와대 등 일각에서 껄끄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진 것도 바로 전용기 도입의 현실적 필요성 만큼이나 정서적 장벽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응도 `다음 대통령이 이용할 전용기는 다음 정권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쪽이다.

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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