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었다'..김제시, 박정희 대통령 다녀간 곳 표지석 논란
[한겨레] ‘호남 야산개발 기공 기념비’ ‘월촌 양수장 통수 기념비’
박 전 대통령 다녀간 두 곳에 11개월 전 세워
시민단체 “과도한 미화…철거하고 시민에게 사죄해야”
김제시 “역사적 사실 홍보일 뿐” 해명
전북 김제시가 50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다녀간 곳에 극존칭으로 쓰인 방문 기념비를 세운 사실이 드러났다. 시민단체들이 “과도한 미화”라며 철거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제시민사회단체연합 등은 12일 김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쌀값 보장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절규를 박근혜 정권이 물대포로 대응해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던 지난해 11월, 김제시가 소리소문없이 박정희를 미화하는 기념비를 2곳에 세웠다. 아직도 동학농민혁명의 전통이 면면히 흐르는 김제 땅에서 친일과 독재의 인물을 신격화하는 망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즉각 철거를 촉구했다.
문제의 기념비는 지난해 11월 김제시가 흥사동에 세운 ‘호남 야산개발 기공 기념비’와 월봉동에 만든 ‘월촌 양수장 통수 기념비’ 등 2개다. 돌에 글을 새겨 만든 것으로, 240만원씩 모두 480만원을 들여 세웠다. 야산개발사업은 1966년에 야산인 김제시 백산면 일대를 개간한 것이고, 월촌 양수장은 이 사업 가운데 하나로 만들어졌다. 김제시는 올해에도 검산동 호남양수장에 박 전 대통령 관련 표지석 설치를 검토 중이다.
시민단체들은 기념비의 과도한 극존칭도 문제 삼는다. 야산개발 기공 기념비에는 “1966년 9월21일 (중략) 호남 야산개발사업 기공식에 고 박정희 대통령께서 참석하시어 우리 김제의 번영을 염원하시었다”고 적혀 있다. 양수장 통수 기념비에도 “고 박정희 대통령께서 참석하시어 잘사는 농촌건설의 염원을 치사하시었다”고 새겼다.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야산개발 기공 기념비는 종전에 철판으로 만든 안내문이 있는데도 극존칭을 써가며 미화해 다시 만들었다. 기념비를 즉각 철거하고 시민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김제시 관계자는 “박정희라는 개인에 대한 기념비가 아니라 표지석으로서, 지역발전의 중요한 전기가 됐던 국가사업을 널리 알리기 위해 3~4년 전부터 계획해 세운 것”이라며 “식량난 해결이라는 국가과제를 위해 추진된 이들 사업은 지역 경제사, 향토사 측면에서 볼 때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실이다. 극존칭을 쓴 것은 당시 신문이 보도한 내용을 참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사진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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