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자살수단'..번개탄 꽁꽁 숨겨놓고 파는 경기도 화성 향남 가보니

김민욱 2016. 8. 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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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탄 판매개선 캠페인에 동참 중인 경기도 화성 향남5단지 내 나들가게 성조경 사장

맛있는 고기 구워 먹으려 번개탄 사는 거죠?”지난 달 28일 오전 10시30분쯤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평리의 한 편의점. 손님을 가장해 안으로 들어간 후 45㎡ 크기의 편의점 안을 빼곡히 채운 상품들 사이사이에서 ‘번개탄’을 찾아봤지만 진열위치를 확인하지 못했다.

카운터 앞에서 주인 손모(53·여)씨에게 담배 한 갑을 달라고 하면서 “번개탄은 어딨느냐”고 묻자 손씨는 안경을 벗더니 기자의 얼굴을 5초 가량 빤히 쳐다봤다. 그는 “번개탄은 어디에 쓰시게”라며 “고기 같은 맛있는 거 구워 먹을 때 쓰는 게 바로 번개탄”이라고 말했다. “그냥 달라”고 해도 진열위치를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그때야 손씨는 웃으며 생필품 진열대 맨 밑쪽을 가리켰다. 허리를 잔뜩 숙이고서 보니 ‘번개탄 구매시 직원에게 직접 물어보고 구매해야 한다’,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등 문구가 담긴 번개탄 모양의 홍보물이 눈에 띄었다. 홍보물 뒤로 검은 비닐봉지가 숨겨져 있었는데 번개탄은 봉지 안에 보관 중이었다. 손씨는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을 막기 위해 구입이유를 묻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인근 향남5단지 아파트내 나들가게는 높이 40㎝·길이 60㎝ 크기의 ‘안전보관함’에 번개탄을 따로 보관 중이었다. 가게주인 성조경(57)씨의 안내를 받지 않으면 쉽게 찾을 수 없는 위치다. 성씨는 “표정이 우울하거나 불안정한 사람이 번개탄을 구입하는지 유심히 본다”며 “그런 사람이 번개탄을 사려하면 정신건강 상담전화 번호를 안내하곤 한다”고 말했다.

330㎡ 면적의 GS슈퍼마켓 화성향남점은 아예 카운터 안쪽에 번개탄을 보관·판매 중이다. 조주영(33) 점장은 “계산원들이 술과 함께 번개탄을 사거나 고기·야채 등은 없이 번개탄만 사는 고객에게 구입이유를 묻고 있다”고 설명했다.

번개탄이 이처럼 꽁꽁 숨겨져 있는 이유는 자살수단으로서의 번개탄 사용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통계청·중앙자살예방센터 등에 따르면 국내 자살자 수는 2014년 기준 1만3836명으로 이중 가스중독(번개탄)은 2137명이다. 자살원인 목맴(7150명)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화성시자살예방센터 전준희 센터장은 국내에서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이 급증하자 매장에서 숯을 숨겨놓고 파는 홍콩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2014년 9월 향남읍에 번개탄 판매개선 캠페인을 시범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손씨의 편의점 등은 모두 캠페인에 동참 중인 ‘생명사랑 가게’다. 향남읍내 41곳 업체 중 35곳이 참여 중이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점주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번개탄≠자살수단’이라는 캠페인 취지를 설명해도 “가게매출에 손해를 본다”“귀찮다”등 반응을 보이는 곳도 있었다. 점원이 바뀔 때마다 다시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그러나 캠페인 결과는 놀라웠다. 향남읍에서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시도 건수가 2014년 4건에서 올 상반기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농약을 이용한 음독자살이 잇따르자 정부는 2011년 그라목손 등 맹독성 농약 11종의 유통을 금지하는 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 이후 농약을 이용한 자살은 감소추세다.

중앙심리부검센터 백종우 센터장은 “자살은 불안정한 심리상태에 수단이 더해져야 실행되는데 맹독성 농약 사례처럼 수단 통제만으로 상당한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성=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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