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만 켜도 보복운전 절반 줄인다

김충령 기자 2016. 3. 1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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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데까지 간 도로 위 분노] [下] 보복운전 51%가 상대방의 진로변경·끼어들기 때문에 시작 가해 경험 있는 사람 대부분이 "非매너 운전에 사고 당할 뻔" 경찰, 피해자의 교통위반도 확인해 범칙금 부과하기로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통일로에서 2차로로 주행 중이던 진모(50)씨는 좌회전 차로인 1차로에 있다가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그의 차량 앞으로 끼어들기를 시도한 임모씨 차량과 부딪칠 뻔했다. 진씨가 급히 운전대를 틀어 충돌을 피했지만, 임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유유히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진씨가 항의의 뜻으로 경적을 울렸지만, 임씨 차량에선 미안하다는 뜻의 비상등도 켜지 않았다.

사달은 임씨 차량이 정지신호에 걸려 멈추면서 났다.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끼어든 임씨에게 화가 난 진씨는 차에서 내려 임씨 차 창문을 두들기고 욕설을 하며 "왜 사과하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이에 겁을 먹은 임씨가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진씨는 보복 운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진씨는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다른 운전자를 위험에 빠트린 건 임씨인데 왜 나만 처벌받아야 하느냐"며 억울해했다고 한다.

교통 전문가들은 "보복 운전도 문제지만, 교통 규칙과 운전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매너 없는 운전자들도 문제"라고 말한다. 실제 경찰청이 지난해 발생한 보복 운전 발생 원인을 분석한 결과 보복 운전의 51.3%가 '진로 변경, 끼어들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로를 변경할 때는 당연히 방향지시등을 켜야 하고 다른 차량의 흐름에 장애를 주지 않아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운전 원칙을 지키지 않아 상대의 분노를 유발해 보복 운전을 부른다는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운전자 1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0.6%가 "보복 운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대부분은 자신이 보복 운전을 당한 이유로 '단지 서행을 해서' '끼어들기를 해서' 등을 꼽았다. 반면 보복 운전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대부분은 '사고를 당할 뻔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대방이 예고 없이 무리한 끼어들기 등을 하는 바람에 사고가 날 뻔했고 여기에 화가 나서 보복 운전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1월 30일 서울 송파구 문정중학교 앞 사거리 1차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유모(36)씨는 직진 차로인 2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려고 앞으로 끼어든 이모(28)씨 차량 때문에 사고를 당할 뻔했다. 이에 화가 난 유씨는 이씨의 차량을 쫓아가 앞지르기를 해 급제동하고 후진을 해 추돌 사고를 냈다. 경찰 관계자는 "보복 운전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피해자 역시 교통법규를 위반해 상대를 먼저 자극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지난달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보복 운전으로 형사처벌 받으면 운전면허 취소·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경찰은 동시에 보복 운전 피해자의 교통법규 위반이 드러날 경우 범칙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상옥 삼성교통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차로를 바꿀 때 깜빡이를 켜고 비상등을 작동해 상대 운전자에게 미안하단 뜻만 나타내도 상대 운전자의 보복 운전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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