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은 남이 깨도, 스스로 깨도, 행복한 일"

2016. 1. 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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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3회 동범상 수상 김광복씨

김광복씨

“달걀은 남이 깨면 요리가 되지만 제 스스로 깨고 나오면 새 생명이 되잖아요. 요리는 배를 불리고, 생명은 희망을 부르니 행복한 일이지요.” 5일 13회 동범상(시민사회 발전 부문)을 받은 김광복(51) 행복나눔계란 대표의 달걀 예찬이다.

2004년 입사 10년만에 쫓겨나
2008년 “천운처럼” 달걀장사
시민단체·홀몸노인들 후원
“도움 받았으니 돌려드리는 것뿐”

김 대표는 해고 노동자였다. 그는 1994년 하이닉스매그나칩반도체 사내 하청업체에 입사했다. 입사 10년 만에 회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비정규직인 그와 동료들의 월급은 입사 때와 같았다. 그와 동료 120여명은 노조를 만들고 처우 개선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직장을 폐쇄하고 무더기 해고를 강행했다. 2년여 남짓 천막농성을 하며 복직 투쟁을 하다 결국 회사를 나왔다. “막막했죠. 하지만 처자식과 살아야겠기에 닥치는 대로 일했고, 그러다 천운처럼 달걀을 만났죠.” 해고 뒤 막노동, 붕어빵 장사 등을 하다 2008년부터 세종시 전의에서 양계장을 하는 친구의 매형한테서 달걀을 가져와 팔았다. 달걀처럼 둥글둥글한 성격, 온 얼굴에 주름이 가는 털털한 웃음, 하루 14~16시간 이상 배달을 하는 성실함 덕에 제법 장사가 된다.

그는 노동 현장을 떠났지만 ‘시민 현장’은 떠나지 않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재정특별위원장을 맡고 있고, 청주여성민우회·충북경실련·청주노동인권센터·충북시민재단 등을 후원하고 있다. 병원 정상화를 요구하다 해고된 뒤 243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해고 노동자 60명한테 다달이 달걀 한 판을 배달하고 있으며, 청주시 수동 홀몸노인 등 10명한테도 다달이 달걀을 전하고 있다.

“제가 힘겨울 때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돌려드리려는 것뿐입니다. 행복은 나누고 나누면 더 커지더라고요.”

동범상은 청주시민회(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을 세우는 등 충북지역 시민사회운동의 선구자로 꼽히는 동범 최병준(1932~2001) 선생의 정신을 기리려고 만든 상이다. 올해는 김 대표 외에 최진아(36)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이 시민운동 부문, 신건준(45) 한살림 충주·제천 사무국장이 지역운동가 부문 상을 받았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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