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車路 주행' 뿌리뽑기.. 단속車 블랙박스까지 동원
"내가 언제 1차로에 들어갔는지 봤습니까? 그리고 1차로를 앞차가 막고 있어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한 게 뭐가 문제입니까?"
15일 낮 12시 59분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입장휴게소 인근에서 1차로로 계속 주행하다가 경찰 단속에 걸린 40대 남성 운전자는 거칠게 항의했다. 이 운전자는 주행차로인 2차로가 비어 있는데도 1차로에서 시속 110㎞ 정도로 정속 주행하다 지정차로 위반으로 단속됐다. 이 차량을 2㎞ 정도 지켜보며 따라간 경기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나필하 경사는 "대부분의 운전자가 '추월 후 2차로 복귀' 원칙을 알지 못하거나 잘못 알고 있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계도만 하고 교통 위반 스티커는 발부하지 않았지만, 이 운전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현장을 떠났다.
본지가 지난 7~9일 추월차로 원칙이 허물어진 한국 도로의 실태를 취재한 '1차로는 비워둡시다' 시리즈를 보도한 이후 경찰은 지정차로제 위반 집중 단속에 나섰다. 14~15일 이틀에 걸쳐 본지 기자가 동행한 단속 현장에선 여전히 정속 주행하는 차들 뒤로 4~5대가 꼬리를 물고 1차로에서 편대 주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4일 오후 3시 37분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1차로에서 시속 100㎞ 안팎으로 정속 주행하는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이 단속팀 눈에 띄었다. 단속팀 조세웅 경장이 재빨리 순찰차를 제네시스 옆 2차로로 움직여 차량을 갓길로 유도했다. 차량 운전석에 앉은 50대 여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안전띠도 맸고 과속도 안 했는데 왜 그러느냐"고 했다. 같은 단속팀 나 경사가 지정차로제를 위반했다고 통지하자 조수석에 앉은 남성은 "최근 1차로는 추월 차량만 잠깐 이용해야 한다는 얘기를 신문에서 보긴 봤는데…"라며 멋쩍어했다.
15일 오후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안성분기점 인근에서 3㎞ 정도를 1차로로 주행하다 단속된 심모(56)씨는 "추월차로 주행이 잘못이라면 미리 알려주거나 단속을 한다고 홍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언성을 높였다. 실제로 경찰은 그동안 승용차보단 화물차·버스를 주로 단속해왔다. 대다수 운전자가 '추월 후 곧바로 2차로로 복귀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는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심각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대형 차량 위주로 단속해온 것이다.
하지만 추월차로 주행 원칙을 지키지 않는 일반 운전자들을 그대로 두는 건 무질서를 더 가중시킨다는 지적에 경찰이 일반 차량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대다수 운전자가 원칙을 제대로 모르니 지정차로제를 위반하고, 경찰에 단속돼도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는 것이다.
14일 오후 45인승 버스에 중학생을 가득 태우고 1차로를 달리다가 적발된 버스 기사 이모(57)씨는 "지정차로 위반이란 건 아는데 2차로로 빠져나오는 걸 잠깐 깜박했다"고 했다. 나 경사는 "대다수가 원칙을 안 지키니 원칙을 아는 사람도 '위반 바이러스'에 전염되는 셈"이라고 했다.
경찰은 추월차로 원칙을 지키지 않는 차량을 음주운전, 이륜차 불법 운행 등과 함께 집중 단속 항목으로 정해 오는 20일부터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첫 일주일 동안은 홍보와 단속을 병행하고 27일부터는 위반 차량에 대해 범칙금과 벌점을 부과할 방침이다. 이번 단속 기간에는 처음으로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까지 동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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