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금 100억 깎겠다는데 어찌합니까" 8월 '주민세 폭탄' 왜

강현석 기자 2015. 6. 2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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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정부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 잇단 '백기'국비 의존도 높은 농촌 주민세가 도시보다 많아져

“주민세를 1만원으로 인상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교부금 100억여원을 삭감당하는데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현재 4500원인 주민세를 올해부터 1만원으로 올리기로 한 광주광역시 관계자는 주민세 인상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광주시의 주민세 인상은 16년 만이긴 하지만 단번에 100% 이상 올리는 셈이다. 주민세를 올리지 않으면 보통교부금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정부 방침에 결국 가난한 지자체들이 잇따라 손을 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주민세가 1만원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지방세법을 개정해 최소 1만원 이상, 최대 2만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개정안이 ‘서민증세’ 논란으로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하자 정부는 지자체를 교부금으로 압박해 주민세를 1만원까지 인상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정부는 올해 초 50만명 미만 시·군은 7000원, 내년까지 1만원, 50만명 이상은 올해 1만원으로 각각 인상하도록 기준을 만들었다. 정부 기준대로 하지 않는 지자체는 내년도 보통교부금 산정 시 불이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전국 자치단체에 통보했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정한 기준까지 주민세를 인상하지 않는 자치단체는 내년에는 많은 교부금을 삭감당하게 되는 상황이어서 가난한 자치단체일수록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올해 주민세를 올린 지자체는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해 국비 의존도가 높은 농촌 지역이 많다. 도심보다 농촌 지역에서 주민세를 더 내는 구조가 된 것이다.

전남의 22개 시·군과 경북 23개 시·군, 충남 15개 시·군은 모두 주민세를 인상했거나 인상할 계획을 갖고 있다. 2014년도 전남 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17.4%로 전국에서 가장 낮고, 경북 지역은 평균 22.8%, 충남도 평균 30.2%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재정자립도가 평균 80%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시는 현재 4800원인 주민세를 인상할 계획이 없다. 재정자립도가 평균 61.2%인 경기도 내에서도 31개 시·군 중 안성과 평택, 남양주 3곳만 주민세를 올렸다. 정부가 서민들의 호주머니만 턴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개인에게 부과되는 주민세는 인상 폭까지 제시하며 자치단체를 압박하면서도 개인사업자와 법인이 내는 주민세는 자치단체에 맡기고 있다. 인천시는 현행 5만~50만원에서 ‘7만5000~75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인상률은 약 50%다. 반면 4500원인 ‘개인균등할’ 주민세는 1만원으로 올렸다. 인상률이 122%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개인에게는 주민세를 120% 인상하고 법인의 인상률은 50%인 것은 조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개인 주민세 인상률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정부는 쉽게 세금을 걷을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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