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민세 안 올리면 지자체 교부금 깎겠다" 압박

강현석·박태우 기자 2015. 6. 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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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에 인상액까지 제시.. "국비 빌미로 세금 인상 의도" 비판

정부가 전국 자치단체에 주민세 인상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에 따르지 않으면 교부금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자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잇따라 주민세를 인상하고 있다. 지난해 주민세를 올리기 위한 관련법 개정에 실패한 정부가 국비 지원을 빌미로 ‘세금 인상’을 관철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남 영광군은 “지난 1일 군의회에 현재 5000원인 주민세를 70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영광군 군세 조례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2일 밝혔다. 조례가 의회를 통과하면 영광군의 주민세는 지난해보다 40% 인상된다. 영광군이 1999년 이후 동결됐던 주민세를 인상한 데는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교부금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2월부터 주민세를 인상하지 않는 지자체에는 보통교부금 교부 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자부는 인구 50만명 이하 시·군은 올해 7000원까지, 50만명 이상은 1만원으로 올리도록 인상 폭을 정해 놓고 있다. 내년에는 모든 지자체가 1만원의 주민세를 받도록 했다.

정부가 정한 기준까지 세금을 올리지 않는 지자체는 국비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행자부는 정부가 정한 기준에 못 미치게 주민세를 징수하는 자치단체에는 최고 부족 징수액의 2배까지 교부금에서 깎겠다는 방침이다.

영광군의 경우 정부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교부금 3억원 정도가 줄어들게 된다. 전국 지자체들도 교부금 감액을 피하기 위해 주민세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광역시 중에서는 인천시와 부산시가 1만원으로 인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주민세를 올리지 않으면 교부금을 삭감하겠다’며 수차례 인상을 종용했다”면서 “정부 기준을 따르려면 현재보다 두 배 이상 올려야 해 상당한 조세저항이 우려되지만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현석·박태우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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