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위한 행진곡' 황당한 북한 연관설..5월 단체들 반발

2014. 4. 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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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보수단체들, 9일 일간지 광고에서

"원곡, 북 영화 배경 음악" 등 주장

2월 보훈처 국회 보고 내용과 동일

5월 단체들 "근거 없는 종북 몰이"

대한민국재향군인회와 호국보훈안보단체연합회 등 69개 보수단체들이 '북한 연관설'까지 들먹이며 '님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을 반대하는 광고를 일간지에 실어 5월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도 이 노래의 기념곡 지정에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재향군인회 등은 지난 9일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 3개 신문에 '임을 위한 행진곡, 그들의 임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이 광고엔 "북한에서 제작한 5·18 모략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이고, 작사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역한 월북, 반체제 인사"라는 등의 왜곡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주장은 국가보훈처의 견해와 판박이다. 보훈처는 지난 2월24일 국회 정무위에서 '5·18 기념곡 지정 추진사항' 보고를 통해 △북한이 만든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 △북한의 통일 노래 100곡집에 수록된 노래 △작사자 등의 행적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노래 등의 부정적 의견을 전한 바 있다.

5월단체들은 보수단체의 광고에 대해 '근거없는 종북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노래는 1982년 광주에 살았던 소설가 황석영씨와 극단 '광대'에서 활동했던 문화활동가들이 5·18 광주민중항쟁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한 노래극 <넋풀이굿>에 실렸던 곡이다. 황씨가 통일운동가 백기완 선생의 '묏비나리'라는 시를 개작한 가사에 김종률(56·당시 전남대생)씨가 곡을 붙여 '님을 위한 행진곡'(원제)이 탄생했다. 30년 넘게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불리면서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정춘식(70)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보수단체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왜곡하는 것은 5월 영령들이 통탄할 일"이라고 말했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노래가 먼저 만들어졌고 황석영씨의 방북은 그 뒤 1989년에 이뤄졌는데도 교묘하게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단체들이 광고에서 거론한 '님을 위한 교향시'도 1991년 제작된 영화다.

앞서 보훈처는 지난해 4월, '님을 위한 행진곡' 대신 다른 노래를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려다가 5월단체 등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보훈처는 또 지난해 6월 여야 국회의원 162명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라고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는데도 지금껏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이 노래의 기념곡 지정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게 중요하다"며 유보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10일 국무조정실 등의 업무보고를 위해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님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여부를 둘러싼 공방으로 회의 시작 40분 만에 파행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김기식 의원 등은 지난해 6월 국회 결의안 통과 사실을 거론하며 보훈처에 기념곡 지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승춘 보훈처장은 "국회의 결의를 존중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연구중이다. 시간을 주시면 논란을 해소하고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릴 방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5월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 노래는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기념곡 지정에 찬성했고,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1997~2002년 공식 행사에서 제창됐다"며 "지난해 열린 제33주년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태극기를 흔들며 제창했는데, 정 총리가 이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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