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손님 요우커] 볼거리없이 쇼핑만.. 요우커 "한국은 B급 관광지"
지난 15일 중국 저장성(浙江省)에서 친구 3명과 휴가차 한국을 찾은 회사원 린리첸(24)씨는 1인당 2400위안(약 42만원·왕복 기준)짜리 특가 항공상품을 이용했다. 이들은 숙박도 서울 명동의 한 여관에서 4박5일에 930위안(약 16만원) 특가상품으로 해결했다. 숙소가 너무 좁아 고생했다는 린씨는 "많은 중국인은 한국을 'B급 관광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실제 와 보니 시설과 서비스가 그 정도 가격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가을 여행사를 통해 제주도를 방문했던 우웨이(吳偉·38)씨는 "제주도에서 한 것이라곤 단체 쇼핑뿐"이라며 "숙박이나 음식은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씨는 제주도에 머문 4일 동안 건강식품 매장, 감귤농장 등 8곳의 상점에 들러 단체 쇼핑을 해야 했다. 가이드가 관광 명소라며 데려다 준 곳은 도깨비 도로, 드라마 촬영지, 재래시장 등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곳들뿐이었다. 우씨는 "다시는 제주도를 찾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수는 392만명으로, 방한(訪韓)한 국가별 외국인 관광객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여행 전문가들은 그러나 요우커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한국 여행은 싸구려'라는 인식을 바꾸지 못하면 우리 관광 산업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지적한다. 16일 명동에서 만난 요우커 위팅팅(余 & #23159 & #23159·여·24)씨는 "한국은 꼭 가보고 싶은 관광지가 아니라, 경제적 여건이 맞아서 찾는 관광지"라며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편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발표한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해외 관광지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요우커들은 방한 외국 관광객 중 씀씀이도 가장 큰 '귀한 손님'이긴 하지만 이들의 소비 행태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 여행이 중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기준 중국인 관광객 한 명이 우리나라에서 쓴 돈은 평균 2317달러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많았지만 지나치게 쇼핑에 편중돼 있다. 평균적으로 중국인은 쇼핑에 1409달러를 쓰는 데 비해 숙박비로 292달러만 지출했다. 이에 비해 일본인 관광객은 쇼핑과 숙박에 각각 375달러, 334달러씩을 지출해 엇비슷했고, 미국인 관광객은 쇼핑에 쓰는 돈(342달러)보다 숙박에 들이는 돈(557달러)이 훨씬 많았다. 2012년 제주도에서 요우커가 묵은 숙박시설은 관광호텔(39.3%), 모텔·게스트하우스(33.9%), 콘도·펜션(15.6%) 순으로 많은 반면, 특급 호텔 비중은 8.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요우커들의 한국 관광이 볼거리나 경험보다는 쇼핑을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다른 대안이 생기면 쉽게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실제로 일본인 관광객의 우리나라 재방문율은 64.3%에 달하는 데 비해 요우커의 재방문율은 29.7%에 불과하다.
요우커가 우리나라를 별다른 매력이 없는 여행지로 인식하게 된 데에는 우리나라와 중국에 난립한 저가 여행사들이 쏟아낸 싸구려 패키지 여행 상품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상품들은 원가(항공권+숙박비)보다 싼 가격으로 여행 상품을 팔고, 제휴를 맺은 상점들로 관광객들을 끌고 다니며, 관광객들이 구입한 제품 값에서 커미션을 떼 이익을 내왔다. 작년 10월 중국 정부가 원가 이하의 비용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한 여유법(旅遊法·중국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내놓게 된 배경엔 이 같은 국내 싸구려 패키지 상품의 난립이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여유법 개정이 당장은 우리 여행업계에 충격을 주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우리 관광업계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현재 단체 관광객은 줄어들고 있지만 개별자유여행(FIT)이 전체 중국인 관광객의 6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맞춤형·고급형 관광 상품을 개발해 관광 한국의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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