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비용 8년새 50% 뛰었는데.. "쌀값 겨우 2.4% 올리면 어찌 사나"

2013. 11. 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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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가마 4천원 올려 17만4083원 추진

뿔난 농민들 볏가마 쌓기 투쟁

"물가상승 감안 23만원은 돼야"

"8년 만에 4000원 인상이라니…."

6일 오전 11시 경기도 평택시 안중오거리에서 '볏가마 쌓기 투쟁'을 벌이던 농민 이상규(42)씨는 논 9만9173㎡(3만평)를 빌려 17년째 쌀농사를 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8년 동안 물가는 24% 올랐고 비료값 등 영농비는 40~50% 올랐다. 그런데 정부가 8년 만에 쌀 목표가격 올린다는 게 4000원이라니 농민들은 어찌 사냐"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농민들이 '뿔'이 났다. 경기도에서는 이날 평택 안중오거리와 안성시청 앞 등 2곳에서, 광주·전남지역에서는 나주·장흥·진도 등 11개 시·군 청사 앞에서, 전북에서는 정읍·익산·고창·부안·완주 등 8곳에서 농민들이 30~100여t의 볏가마를 쌓고 농성에 들어갔다. 광주 광산구와 전남 나주시에서는 볏가마를 쌓으려는 농민들과 이를 막는 공무원 사이에 거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농민들이 볏가마 쌓기 투쟁에 나선 것은 쌀 목표가격 때문이다. 2005년 정부가 직접 농가로부터 쌀을 사들이는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쌀값 폭락에 따른 농민들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는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을 도입했다.

고정직불금은 쌀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1㏊(3000평)당 연간 70만원씩을 보전해주는 것이고, 변동직불금은 정부가 기준이 되는 쌀의 목표가격을 정한 뒤 농민들이 파는 쌀값이 목표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85%까지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목표가격이 높을수록 쌀 농가가 받을 수 있는 변동직불금이 많아지기 때문에 목표가격은 농민소득에 직결된다.

정부는 2005년 전국의 쌀값 평균시세에 맞춰 쌀 한가마(80㎏)의 목표가격을 17만83원으로 정했다가 8년 만인 올해 목표가격을 4000원(2.4%) 인상할 계획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지난 8년간 물가 및 영농비 상승을 고려해 "23만원이 최소 목표가격"이라며 맞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 당시 내건 '고정직불금 인상 공약'의 불이행도 불만을 키우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쌀전업농 평택시연합회 이종한 회장은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고정직불금을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공약을 담은 시뻘건 현수막이 전국의 농촌을 거의 도배했다. 그런데 올해 10만원 올린 게 전부"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이달 말까지 전국 100여곳의 시·군으로 볏가마 쌓기 투쟁을 확대하고 오는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어 정부를 상대로 '목표가격 23만원' 쟁취 등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대종 전농 정책위원장은 "내년 쌀 관세화 유예 기간이 끝나고 2015년 이후 쌀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농업은 무너진다. 쌀 등 16개 주요 농산물 품목에 대해 국가가 수매와 비축을 책임지는 국민기초식량보장법의 입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쌀 목표가격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가 결정하는데다 농민들이 요구하는 23만원은 현재 시장가격 18만원보다 높다. 만약 23만원으로 올리면 쌀공급이 급속도로 늘어나 쌀 가격이 다시 떨어질 우려가 있다. 23만원으로 인상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평택 광주 전주/홍용덕 안관옥 박임근 기자, 권은중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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