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 동네' 경찰, 성폭행 40분간 지켜만 봐

2013. 5. 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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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고 즉시 출동하고도

"여성 안전확보가 우선"

'전자발찌' 20대 뒤늦게 검거

출장 마사지사인 30대 여성이 성폭행당하는 현장에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으나 '여성의 안전 확보가 우선'이라며 40분간 상황을 지켜보다 뒤늦게 범인을 검거해, 경찰의 초동대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범행이 일어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은 지난해 4월 20대 여성이 납치·살해된 이른바 '오원춘 사건'이 일어난 지점에서 약 500여m 떨어져 있다.

지난 3일 새벽 3시33분께 경기경찰청에 112신고가 접수됐다. 출장 마사지사 김아무개(36)씨를 차에 태우고 수원시 팔달구 지동 다세대주택 반지하의 임아무개(26·주차요원)씨 집에 내려준 문아무개(22)씨가 "10여분 전에 아가씨가 들어갔는데 통화가 안 된다"고 신고했다.

신고 접수 2분 만인 새벽 3시35분께 수원동부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이 임씨 집에 도착했고 5분 뒤에는 경찰관 2명이 더 도착했다. 지난해 12월 경찰청은 '오원춘 사건'을 계기로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상당한 위험이 있는 위급 상황 때는 집주인이 거부하더라도 경찰이 강제로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위급 상황 시 가택 출입·확인 등 지침'을 만든 바 있다.

출동한 경찰은 창문을 통해 임씨 집 방 안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고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경찰은 "방 안 상황이 위협적이지 않고 둘 다 행동이 자연스러웠다. 경찰이 진입하면 인질극 등 돌발적 위험 상황으로 바뀔 수 있어 진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장 마사지사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임씨가 흉기로 위협해 가지고 있던 돈 2만9500원을 빼앗고 성폭행하려 해 무서워서 임씨의 성관계 요구에 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성폭행 뒤 임씨가 상호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합의각서를 쓰라 해서 썼다"고 말했다. 경찰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한 장면은 김씨가 성폭행당하던 상황인 셈이었다.

방 안을 지켜보던 경찰은 40여분이 흐른 뒤인 새벽 4시20분께 방 안에서 임씨가 김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전원을 끄자 위기 상황으로 보고 진입 준비를 했으나 김씨는 5분 뒤인 4시25분께 임씨 집을 빠져나왔다.

김씨가 밖으로 나오자 경찰은 임씨를 붙잡아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4일 구속했다. 경찰은 "임씨가 '흉기로 김씨를 위협한 사실도 없고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며 혐의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성폭행 전과가 있는 임씨는 2010년 성폭행 미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5년 동안 전자발찌 착용을 선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행은 유감이지만 여성의 안전 확보가 우리에게는 최우선이었다"고 해명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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