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사고땐 인근 10~30km 안 거주자 317만명 무방비"

2012. 3. 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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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 원전사고 뒤에도 국내 안전대책은 제자리

정부, 비상계획구역 확대에 소극적…8~10㎞ 고수

방사능 측정소·안전장비 작년 그대로 '안전 불감증'

■ 제자리인 방사능 비상계획구역

정부는 원전 사고로 방사능이 유출됐을 때 주민대피요령 등을 담은 방사능 방재계획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매뉴얼의 핵심은 비상계획구역이다. 비상계획구역 안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대피 훈련을 해야 하고, 자치단체들은 방독면과 방호복 등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 장비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비상계획구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과 같이 원자력발전소로부터 반지름 8~10㎞로 한정돼 있다. 원전 반대 단체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일본 정부가 반지름 20㎞ 안에 사는 주민한테 피난령을 내리고, 21~30㎞ 안 주민들에겐 실내에만 머물도록 한 사실을 들어 후쿠시마 사고 뒤 비상계획구역을 30㎞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지금까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 10명이 비상계획구역을 반지름 20㎞까지 확대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5월 발의한 법안은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낮잠을 자고 있다.

서토덕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은 "고리원전 반지름 30㎞ 안에 살고 있는 부산·울산·경남시민 320여만명 가운데 6만여명만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되고, 나머지 314만여명은 원전 사고에 무대책으로 방치된 채 살아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허술한 방사능 감시망

<한겨레>가 현재 가동중인 원전 21기를 두고 있는 부산 기장군, 경북 경주시·울진군, 전남 영광군 등 4개 자치단체의 '2012년 방사능 방재계획'을 입수해 '2011년 방사능 방재계획'과 비교했더니 방사능 유출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측정소는 45곳으로 1년 전과 동일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킨스)이 전국 주요 도시에 설치해 운영중인 실시간 방사능 측정소도 71곳으로 1년 전과 같았다.

특히 원전을 두고 있는 자치단체에 설치돼 있는 방사능 측정소는 80~90% 이상이 여전히 방사능 비상계획구역(반지름 8~10㎞)에 몰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장군에 설치된 14곳 가운데 11곳, 영광군에 설치된 14곳 가운데 10곳, 경주시에 설치된 12곳 가운데 9곳, 울진군의 11곳 가운데 9곳이 비상계획구역 안에 있다. 비상계획구역 밖으로 유출되는 방사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체계에 여전히 구멍이 나 있는 것이다. 그나마 부산시가 올해 5~10㎞에 10곳, 내년에 10~30㎞에 10곳의 측정소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지만, 대당 1억원이 넘는 측정기가 아니라 대당 400만~500만원의 간이 측정기여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가 의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비상계획구역 밖의 방사능 유출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기 위해서는 10~30㎞ 지점에 측정소를 촘촘히 설치해야 하지만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자치단체가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부가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차원에서라도 직접 방사능 측정소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안전 불감증에 걸린 자치단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에 부산시와 전남도, 경북도는 비상계획구역 안 주민들이 대피하는 구호소와 별도로 8~20㎞ 주민들이 대피할 구호소 20~213곳을 추가 지정했다. 하지만 대부분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은 곳이어서, 지진을 동반한 사고가 났을 때 구호소가 되레 더 위험한 실정이다.

또 비상계획구역 안 주민들은 원전 사고에 대비해 1년에 1차례 이상 합동훈련을 해야 하지만, 여전히 4년마다 1차례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기장군 관계자는 "해마다 1차례씩 합동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교육과학기술부에 건의했지만 번거롭다는 등의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자치단체들이 국가와 원전사업자로부터 해마다 받는 80억~200억원씩의 원전지원금을 주민용 안전장비 구입에 사용하기를 꺼리는 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0년 원전지원금 90억~160억원 가운데 주민용 안전장비 구입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았던 경주시와 울진군은 지난해에도 각각 86억원과 170억원의 지원금을 받았으나 같은 용도로는 한 푼도 지출하지 않았다. 지난해 209억원을 지원받은 영광군은 방독면 구입에 5000만원만 지출했다. 고리원전으로부터 10㎞ 안에 2만86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울산 울주군은 지난해 처음으로 114억원의 원전지원금 가운데 2억6900만원을 떼내 방호복 6740벌을 구입했다.

영광군 관계자는 "원전지원금은 원전 주변지역 도로 확장 등 주민 숙원 사업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며 "원전지원금으로 주민용 안전장비를 구입하면 주민들이 반발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별도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대구 광주 울산 / 김광수 구대선 정대하 신동명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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