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설 풍속도 '하루 귀성족' 늘고, '처월드' 파워 세져

2014. 1. 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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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드·화려한 차례상 '옛말'시댁보다 먼저 처가 가거나 설-추석 나눠 다녀와고향에 하루만 있는 하루족, 여행 가는 가족 증가세뱃돈 대신 모바일 상품권… 연하장 대신 SNS로

"까치 까치 설날은~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오늘이래요."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은 예부터 모든 사람에게 풍성함과 기쁨을 주는 날이다. 아무리 살기 힘들고 고달파도 설날만큼은 친지와 친구들이 함께 모여 덕담과 정을 나눴다. 하지만 시대 변화 속에 예전의 정겨운 설날 풍경은 빛바랜 추억이 되고 있다. 편리함을 좇는 현 세태와 여성들의 사회활동 확대 및 지위 상승, 정보기술(IT)산업 발달, 핵가족화 등으로 명절에 새 풍속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 최근의 명절 세태를 빚대는 '시월드(시댁)' '처월드(처가)' '하루족(고향집에서 명절을 하루만 머묾)' 등의 신조어가 속속 등장할 정도고 귀성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요즘엔 명절이 돼도 과거처럼 명절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어느 직장인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시월드' 지고 '처월드' 시대

서울 마포구에 사는 전업주부 A씨(32)는 수년 전부터 설은 서울의 시댁에서, 추석은 지방에 있는 친정에서 보내고 있다. 길지 않은 연휴에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이 모두 이해해 준 덕분에 남들과 다른 명절을 보내고 있다.

부산이 처가인 직장인 전모씨(40)는 올해 설에는 처가를 먼저 찾기로 했다. 지난해 설에 경기 의정부 본가에서 차례를 지낸 후 같은 날 오후 부산 처가에 가기 위해 우등버스에 올랐지만 고속도로를 타는 데만 3시간 넘게 걸렸다. 0시를 넘겨 부산에 도착한 탓에 이용한 택시에 심야할증료까지 부담해야 했다. 택시비는 서울~부산 버스비만큼 나왔다.

이에 전씨는 이번 설에는 반대로 하기로 했다. 설 명절 연휴 시작 전날 일찍 출발해 부산 처가에서 명절을 보낸 뒤 설 당일 새벽 첫차를 타고 의정부 본가로 가기로 했다.

지방이 고향인 B씨(43) 가족은 이번 설에 고향을 가지 않는다. 설과 추석 등 명절 때마다 최악의 교통상황 때문에 곤욕을 치르자 친척들과 합의를 통해 신정인 1월 1일 차례를 지내고 있는 것. B씨는 "귀성·귀경길 최악의 교통대란을 피할 수 있고 설 연휴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흐뭇해했다

■'역귀성' '명절 여행족' 급증

고향에 계신 부모가 자녀들이 있는 도시에서 명절을 보내는 '역귀성' 현상은 이제 일반화됐다. 아직도 설빔을 곱게 차려입고 고향에서 설을 보내는 가정이 많기는 하지만 시골에 있는 부모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 등 이것저것 싸들고 도시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터미널에서 기다리는 모습은 명절이면 흔하게 볼 수 있다.

차례나 음식 준비를 간소하게 하고 부부나 가족끼리 여행을 떠나는 등 신풍속도 확산되고 있다. 시장에서 장을 봐서 정성껏 장만한 음식을 설 차례상에 올리는 것도 옛날 풍속이다. 이미 다 만들어 놓은 음식을 차례상에 올리는가 하면 차례상 전체를 차려주는 전문 업체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처럼 설 차례는 간소화하고 신정 때 설 차례를 지내는 대신 설 연휴에는 여행을 떠나는 가족단위 여행객이 늘고 있다.

신정에 가족들이 모여 차례를 지낸 박모씨(38) 가족은 이번 설에는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박씨는 "교통도 복잡하고 해서 친척들이 합의해 신정 때 차례를 지내고 설 연휴에는 돈을 모아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뱃돈도 이젠 모바일 시대

IT 문화가 발달하면서 설맞이 방식도 변하고 있다. 현금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세뱃돈 문화는 휴대폰으로 대신하는 모바일 상품권 등 IT서비스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모바일 상품권은 책, 음반, 영화, 쇼핑 등 다양하게 쓸 수 있는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새해 인사 역시 예전에는 설날 연하장을 보내는 게 대세였지만 이제는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대신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최모씨(42)는 "조카들에게 뭔가 특별한 세뱃돈을 주고 싶은 마음에 여러 방법을 알아보다가 모바일로 상품권을 줄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모바일 상품권을 구매해 세뱃돈으로 주기로 했다"며 "스마트폰을 즐겨 쓰는 만큼 조카들이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기쁘다"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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