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잠수요원의 외침 "우리를 믿어달라"

배동민 2014. 4. 2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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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뉴시스】배동민 기자 = "이 점이 보이시나요?"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열흘째인 25일 오후 전남 진도군청 2층 대회의실에서 해군 잠수대원 주환웅 상사는 화이트보드에 작은 점 하나를 찍었다.

주 상사는 점을 가리키며 10여m 떨어진 취재진에게 "보이냐"고 물었다. 회의실의 그 누구도 "보인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주 상사는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바닷속 시야가 이 정도로 열악하다"며 "그 와중에도 우리는 단 한 명의 희생자를 더 구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수색을 하지 못한 객실로 진입하는)통로 높이가 1.2m밖에 안 돼 구조 장비를 매고 앉아서 이동하거나 옆으로 누워서 진입하고 있다"며 "통로를 어렵게 지나 90도 아래로 5~6m를 더 내려가면 눈앞에는 굳게 닫힌 문이 모습을 드러낸다"며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불과 몇 시간 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심해에서 귀환한 그는 햇빛에 그을려 검붉어진 얼굴을 떨어뜨렸다.

이날 오전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수색 현장의 파도 높이가 1m 이내로 양호하기 때문에 수색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특혜 수색' 의혹에 휩싸인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UMI, Undine Marine Industries)'와 계약을 맺고 지난 17일부터 희생자 구조를 위해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있는 전광근씨.

해군 구조대원 출신인 전씨는 특혜·늑장 수색 이야기에 목이 잠겨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겨우 입을 뗀 전씨는 "사고 다음날 현장에 도착해 이틀 동안 라면 하나를 먹고 물속으로 들어갔다"며 "물 밖으로 나온 뒤에도 담요 한 장으로 몸을 녹인 뒤 한 명이라도 구조하기 위해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희생자들의 시신을 인양하면서 구명조끼를 입고도 살지 못한 게 안타까웠다"며 "몇몇 희생자들은 닫힌 출입문에 손이나 구명조끼가 끼어 수습하는데 힘들었다. 그럴 때면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줄 테니 제발 함께 가자'고 울면서 빌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또 "잠수사와 연결된 공기호스가 길이 100m 정도인데 이 호스가 조류의 영향을 받아 U자 형태로 휘어지고 있다"며 "조류에 쓸린 호스가 자꾸 끌어당겨 앞으로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구조 작업이 결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전씨 등 민간잠수부는 해군, 해경 잠수요원과 이날까지 선내에 갇혀 있던 140여명의 희생자를 가족들 곁으로 보냈다. 나머지 40여명은 여객선 밖에서 수습됐다.

사고 직후, 구조 작업 과정에서 무능력한 대응으로 일관했던 해양수산부과 해경을 비롯한 정부, '특혜 수색' 의혹을 받고 있는 '언딘'까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또 다시 묵묵히 암흑 같은 심해로 향했다.

이들의 바람은 "의심하지 말아 달라"는 외침, 단 하나였다.

이들은 "바닷속에서 우리들은 죽을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마지막 한 명의 희생자까지 반드시 구조하겠다"며 "우리들을 믿어 달라"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사고 현장으로 되돌아갔다.

gugg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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