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주 6시간45분 빙빙, 말이 됩니꺼"
"부산에서 6시간45분이나 타고 왔십니더. 순천에서 광주 오는데 2시간 걸리는데, 말이 됩니꺼."
지난 10월이었다. 광주비엔날레를 보러온 부산지역 예술인들은 광주지역 시민단체 간부들에게 '뼈아픈 핀잔'을 했다. 부산 예술인들은 "이런 홀대를 참고 있느냐"고 말을 보탰다. 어느 광주지역 시민단체 간부는 "비엔날레보다 거북이처럼 느린 경전선 철도이야기가 단연 화제에 오른 그날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 경전선 제2 호남선 되나 = 경전선(慶全線)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다 해서 이름 붙었다. 부산과 광주 사이 342㎞를 잇는 철도다. 1905년 부산~마산 구간 개통을 시작으로, 계속 서쪽으로 뻗어왔다. 30년 마침내 순천~광주 송정역 구간이 마지막으로 이어졌다. 또 지난 15일에는 마산까지 복선전철이 깔려 고속철도가 다니기 시작한 데 이어, 2011년 말 진주까지 고속철도가 들어간다.
그러나 호남 쪽으로 다가올수록 문제다. 진주~순천은 2012년 말까지 겨우 복선화가 이뤄지지만, 여전히 무궁화호 철길로 남게 된다. 문제의 순천~광주 구간은 복선화 계획조차 무기 연기됐다.
관심의 대상인 순천~광주 구간은 120㎞. 철로가 노후화하고, 고갯길이 많아 시속 30㎞ 이하로 달려야 하는 곳도 수두룩하다. 그래서 무려 2시간이나 걸린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정부가 이 구간 전철복선화를 2011~2020년 검토대상 사업으로 분류해온 터여서, 조만간 사업이 가시화될 것으로 잔뜩 기대를 걸어왔다. 그러나 지난 10월 국토해양부가 다시 '2020년 이후 장기계획'으로 미루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제2 호남선' 논란을 부르고 있다. 복선화하는 데 36년이나 걸린 '호남선 홀대'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게 된 것이다.
◇ " '형님철도'는 살리면서" = 이에 따라 광주시와 광주·전남지역 상공회의소 4곳은 청와대·국토부에 '2015년 이전 착수 사업'에 넣어줄 것을 건의해왔다. 하지만 묵묵부답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전혀 말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면서 "관계부처 실무자들로부터 '괜히 떼쓰지 말라'는 구박까지 들을 때면 너무나 비참해진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자세는 전국 주요거점을 90분대로 잇겠다는 'KTX 철도망 구축 계획'을 스스로 외면하는 처사라는 지적도 따른다. 또 이번 국회 예산 날치기 때 이른바 '형님철도(울산~경주~포항 복선화 사업)' 예산을 살린 것과 비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울산~경주~포항 복선화 사업은 이미 감사원으로부터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라는 지적을 받아 중단하려 했던 사업이었다는 것이다. 광주시청 관계자는 "이 울산~경주~포항 복선화 사업 예산은 감사원 지적에 따라 2010년 예산에서 520억원이 책정됐다가 빠진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번 국회에서 당시의 예산 액수 그대로(520억원) 슬그머니 부활되어 통과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 "복선전철 추진하라" 영호남 한목소리 = 가전제품 등 수출품을 생산하는 광주·나주지역 산업단지 업체들이 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광주~순천 철도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산항과 광양항으로 화물을 싣고 가려면 호남선을 이용, 전북 익산·대전까지 올라간 뒤 다시 전라선과 경부선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돌고 돌아 수출항까지 가느라 너무 많은 물류비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승용 광주하남공단 총무부장은 "경전선을 복선전철화할 경우 100분이면 부산까지 갈 수 있다"면서 "경전선을 4대 기간 철도망이라 부르면서 유일하게 단선철도로 방치하려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광주·목포·여수·순천광양과 부산·밀양·마산·창원 등 영호남지역 8개 상공회의소도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 상공회의소는 27일 청와대 등 80개 기관에 이곳 구간 복선전철화 조기 추진을 건의하고, 해당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에게도 '공약 사업'으로 채택할 것을 권유하기로 했다. 이들 상공회의소는 성명을 통해 "순천~광주 구간 복선화가 2020년 이후 검토대상 사업으로 분류되면서, 영호남 경제 활성화와 교류가 장벽에 가로막히게 됐다"면서 "반드시 2015년 이전에 전철복선화 사업이 착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선철도인 진주~순천 구간도 복선전철화로 변경해 경전선을 명실상부한 4대 철도망으로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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