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적 정책 거부, 벼랑으로 몰린 '광주극장'

글·사진 강현석 기자 입력 2016. 7. 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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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영진위가 선정한 영화 매월 2편 상영 않으면 지원금 안 줘
ㆍ경영난에 후원회원 모집 나서

개관 81년 ‘광주극장’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에 위치한 광주극장이 지난해 개관 80주년을 기념하는 간판이 내걸려 있다. ‘예술영화전용관’인 광주극장은 3일 후원회원 모집에 나섰다고 밝혔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을 거부하고 있는 ‘예술영화전용관’인 광주극장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후원회원’ 모집에 나섰다. 대통령은 ‘문화융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영화 선택권의 일부를 내놓아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정책에 반발한 극장들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광주극장은 3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면서 경영이 어려워져 지난달부터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로 개관한 지 81년이 된 광주극장이 후원회원 모집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2002년부터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운영 중인 광주극장은 영진위의 ‘예술영화전용관지원사업’을 통해 매년 적지 않은 돈을 지원받았다. 영진위는 예술영화를 1년에 219일 이상 상영하는 전용극장에 지원금을 줘왔다. 하지만 영진위는 지난해부터 이 사업을 ‘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사업’으로 바꿨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극장들은 영진위가 선정한 24편의 영화 중 매월 2편을 골라 주말 프라임타임(낮 12시 이후)에 12차례 상영해야 한다.

극장들은 영화를 선정하는 심사위원회에 참여할 수도 없다. 결국 영진위가 고른 영화를 전체 상영 횟수의 20% 정도를 상영하지 않으면 극장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당시 “영진위가 예술극장에서 주로 상영된 <다이빙벨> 등 정부 비판 영화들의 상영을 막기 위해 정책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이 경영에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대부분의 극장들은 바뀐 정책을 받아들였다. 광주극장도 매년 6000만원 정도였던 영진위 지원금이 끊기면서 생존을 고민하는 처지가 됐다. 2014년 1억8700만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억1450만원으로 줄었다.

김형수 광주극장 이사는 “영진위의 정책은 극장의 자율성과 고유성을 무시한 것이다. 관람료 수입만으로는 극장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선에도 크게 미치지 못해 후원회원 모집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문화융성’을 주창하고 있지만 퇴행적 정책으로 강릉의 신영극장과 거제의 아트시네마 등 지역 예술극장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면서 “영진위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사회비판적인 영화 상영도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는 “과거에는 극장에 운영비를 지원해주고 프로그램에 개입하지 않았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좋은 한국 예술영화를 상영해 힘을 실어주기위해 정책을 바꾼 것이다”면서 “극장들도 동의했기 때문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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