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안돼' 시민 반발 부딪친 성소수자 인권 강연

배동민 2015. 4. 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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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세금 들인 행사 취소하라' 요구 이어져"다양성·상식 무시" 인권침해·언어폭력 우려도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광주트라우마센터가 마련한 김조광수 감독의 '소수자라서 행복하다' 강연이 '성소수자'에 대한 반감을 가진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동성애를 장려하는 강연'이라는 이유 등으로 강연 취소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또 다른 인권 침해와 언어폭력 피해를 우려했다.

20일 광주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오는 21일 오후 7시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올해 세 번째 '치유의 인문학 강좌'가 진행된다.

강연자로 나서는 김조광수 감독은 '소수자라서 행복하다'를 주제로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시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김 감독은 커밍아웃 발표 이후 성 소수자 인권운동에 앞장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2013년 9월 동성연인과 공개 결혼식을 올려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행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강연 취소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 홈페이지에는 '동성애를 장려하는가', '김조광수씨의 강연과 행사를 반대한다', '강연을 취소하라', '우리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는 제목의 글 20여개가 올라왔다.

광주시는 물론 강연을 준비한 광주트라우마센터, 강좌가 치러지는 5·18기념문화센터에도 하루 10여 통의 항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일부는 '동성애는 에이즈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 '우리 자녀 세대에게 악영향이자 국가적 문제'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사용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가 폭력 피해자를 치유한다'는 광주트라우마센터의 설립 취지와 이번 강좌의 주제가 맞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싼 세금을 들여서까지 성소수자의 개인적인 입장 표명을 들을 필요가 없다', '성소수자 치료센터를 만드는데 세금을 사용하라'는 의견들도 눈에 띈다.

인권 활동가들은 강연 취소 요구를 민주주의 사회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의견 중 하나라고 받아들이면서도, 이들의 논리가 '성소수자'에 대한 또 다른 인권 침해와 언어폭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완욱 광주인권운동센터 상임활동가는 "민주주의에서 다수결, 다수의 의견을 인정하는 전제는 소수에 대한 존중"이라며 "존중은 다수의 승인을 통해 이뤄지는 게 아닌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신념과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며 이 사회가 운영될 수 있는 다양성과 상식, 원칙을 무시하는 인권 침해이자 또 다른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주트라우마센터 한 관계자는 "소수자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일 뿐이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어 예정대로 강연을 진행할 것"이라며 "일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몇 달 전부터 예정돼 있던 행사를 취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치유의 인문학 강좌'는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고 사전 접수는 홈페이지(tnt.gwangju.go.kr)를 통해 가능하다.

gugg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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