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커 vs 위험 커" 영산강 녹조 천적생물 찬반

송창헌 2014. 1. 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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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뉴시스】송창헌 기자 =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을 오염시키는 주범 중 하나인 녹조(綠藻)를 없애기 위해 천적생물을 이용하는 방안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식물 플랑크톤의 증식을 막아 초기억제에 탁월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검증이 안돼 제2의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부정적 의견도 만만찮다.

9일 전남도와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폭염 등 이상기온과 4대강 사업 등의 영향으로 매년 영산강 죽산보와 승촌보, 서창대교 일대에서 이른바 '녹조라떼' 현상이 발생하면서 물고기 폐사와 악취, 수질 오염 등이 반복되고 있다.

인, 질소 등의 영양물질 농도가 증가하고 식물 플랑크톤인 남조류가 대량 증식하면서 부영양화가 발생, 물색이 진한 녹색으로 물드는 것으로, 생태계 파괴는 물론 시각적 불쾌감도 심각한 실정이다.

이에 전남도 등 행정 당국은 유발물질의 유입을 차단하는 한편 조기 방제를 위해 천적생물을 이용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녹조가 과도하게 번식할 수 있는 부영양화 수역에 천적생물인 동물성 플랑크톤을 풀어 녹조류의 초기성장을 억제한다는게 기본 취지다. 황토나 살조제 살포 같은 사후관리보다 친환경적이고 예방 효과도 크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천적생물은 섬모충류와 원생동물, 윤충류, 나팔벌레, 짚신벌레 등이다.

이를 위해 도는 우선 3억원의 예산을 들여 1500㎡ 규모의 배양장치 1기를 설치키로 하고, 관련 예산 확보에 힘쓰고 있다. 도 관계자는 "천적생물은 초기억제용"이라며 "녹조로 몸살을 앓은 낙동강에서도 일부 효과가 확인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산하 농어촌연구원도 기존의 물리·화학적 처리방법은 지속성이 없거나 2차 오염 가능성이 큰 반면 천적생물을 이용한 녹조 제어기술은 친환경적이고 효과도 좋다고 분석한 바 있다. 수생태복원 전문기업들도 앞다퉈 천적생물을 이용한 녹조방지 기술을 개발중이다.

하지만 신중론과 반대론도 만만찮다. 우선 환경부는 "천적생물이 궁극적인 대안일 순 없다"며 철저한 선(先) 검증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농어촌공사·생명공학연구원·수자원공사·국립환경과학원·환경산업기술원 등과 함께 녹조연구개발(R&D) 협의체를 구성, 녹조발생 메커니즘과 모니터링, 녹조제어 기술개발을 본격화했다. 공동의 로드맵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반대론도 커 일부 전문가들은 '모험'으로까지 보고 있다. 전남대 오준성 명예교수는 "아프면 원인부터 알아야 하는데 '약'만 바른 꼴이고, 개구리 없앤다고 뱀을 풀면 뱀 세상이 되듯 생물반응은 최소한 10년의 여유를 두고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그만 하천이나 호수에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수량이 수백만t에 이르는 영산강에서는 모험"이라고도 말했다.

오 교수는 대신 "드넓은 고수부지를 이용해 다단계 인공습지를 조성, 질소와 인을 제거하는 수생식물과 미생물의 공생을 유도하고, 정화된 인공습지 방류수는 4대강 수중보 밖 하류로 방류시키면 녹조류가 현저하게 감소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최지현 사무처장은 "물의 흐름은 느리고 오염원이 유입될 개연성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유속을 높이고 수질을 개선하는 근본적, 구조적 개선책없이 천적생물을 이용한다는 것은 효용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goodch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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