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차들이 둥둥 떠다닌 울주군 아파트 '이유 있었네'

김형열 기자 2016. 10. 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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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암댐물 쏟아져 1층까지 잠겨..주민들 친척집 등으로 피난 지하 물 퍼내고 전기 등 정상가동까지 수일 걸릴수도
6일 태풍 피해로 울산 울주군 반천현대아파트 일대 논 한 가운데 자동차가 덩그러니 방치돼 있다. 2016.10.6/뉴스1 © News1 김형열 기자

(울산=뉴스1) 김형열 기자 = 6일 찾은 울산 울주군 반천현대아파트는 마치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60대 주민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진 반천현대아파트는 울산에서 지난 5일 태풍 '자바'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곳이다.

아파트 입구의 추수를 앞둔 황금 들녘은 황토흙으로 뒤덮였고, 논 한 가운데에 아파트 에 주차했던 차량들이 여러 대 떠밀려 와 전날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아파트으로 들어서자 진흙으로 범벅이 진입로를 따라 견인차들만이 침수된 차량을 옮기느라 바삐 움직였다.

아파트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지하주차장은 대형 펌프를 동원해 연신 흙탕물을 토해 내고 있었다.

6일 태풍 차바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울산 울주군 반천현대아파트에서 한 주민이 피해 복구를 위해 흙탕물을 퍼 나르고 있다.2016.10.6/뉴스1 © News1 김형열 기자

태풍 차바로 아파트 1층까지 물이 차 오르면서 겁에 질린 주민들은 2층과 3층 등 위층 계단으로 피신했다고 한다.

주민 이모씨(60)는 “순식간이었다. 비가 내려 차를 이동 주차하려고 내려간 사이 5~10분만에 물이 차 올랐다”며 “위쪽의 댐이 수문을 열면서 갑자기 물이 불어나 어떻게 손을 써볼 사이도 없이 차가 잠겨 아파트 단지를 둥둥 떠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숨진 아파트 주민 최모씨(61)도 갑작스런 물 폭탄으로 차량을 옮기려다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지하주차장은 만 하루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입구 가득 흙탕물이었다. 주차장 옆 4층 건물의 상가도 1층까지 물이 찼다고 한다.

6일 태풍 차바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울산 울주군 반천현대아파트에서는 피해복구 작업이 한창이다.2016.10.6/뉴스1 © News1 김형열 기자

큰 마트가 있던 상가 지하는 흙탕물로 완전히 잠겼지만 아직까지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복구 장비가 제때 도착하지 않자 보다 못한 경주에 사는 마트 주인 형이 급하게 펌프를 빌려와 겨우 물을 빼기 시작했다.

마트 주인은 “90평 매장이 완전히 잠겼다. 갑작스런 일이라 아무것도 빼내오지 못하고 고스란히 다 잠겼다”면서 “어제 오후부터 물을 빼내기 위해 지원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기다리라고만 한다. 피해액만 3억~5억원에 육박하는데 작은 펌프 2대로 이러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6일 울산 울주군 반천현대아파트 주민이 침수된 자신의 차량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다.2016.10.6/뉴스1 © News1 김형열 기자

태풍은 지났지만 반천현대아파트 주민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전기와 수도, 가스가 끊겨 일부 주민은 옷가지를 챙겨 인근의 친척집으로 피난을 떠났다.

발전기 등 제어시스템 자체가 전부 지하에 있어 물을 완전히 빼고 가동하기까지는 며칠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번 태풍에 특히 피해가 많았든 것은 인근 대암댐물이 넘치면서 아파트를 덥쳤기 때문이다고 입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대피 방송이나, 대암댐의 범람의 사전 경고도 없었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결국 자연재해에 '인재(人災)가 겹치면서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것이다.

hura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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