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드툼' 구자환 감독 "한국의 킬링필드를 아십니까?"

경남CBS 손성경 프로듀서 2015. 7. 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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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보도연맹 빨갱이로 몰아 최소 23만명 이상 집단학살
-보도연맹원 할당제 시작되면서 농민들 마구잡이 가입
-남편잃은 할머니들, 학살 목격자들 증언 다큐멘터리에 담아

■ 방송 : 경남CBS <시사포커스 경남> (손성경PD,이혜인 실습작가FM 106.9MHz)
■ 진행 : 김효영 기자 (경남CBS 보도팀장)
■ 대담 : 구자환 감독 (영화 '레드 툼' 감독)

◇김효영 : 우리지역에서 10년동안 촬영한 영화라고 합니다. 영화 '레드 툼'의 구자환감독 만나보겠습니다.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구자환 : 네. 안녕하십니까?

◇김효영 : 제가 10년동안 촬영했다고 소개를 했는데 맞습니까?

◆구자환 : 기간 상으로는 10년이 걸렸고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10년 동안 이 영화 제작에만 매달린건 아니고요. 여러가지 줄거리 진행 상황이라든지, 영화 제작하기 위해서 매장지도 찾아가야 하는 그런 과정들 그런데 시간을 좀 많이 필요했고, 제작비 문제 그런 여러가지 조건들이 있어가지고 어떻게 하다보니까 10년까지 와버리게 되었네요.

◇김효영 : 그래요. '레드 툼'은 어떤 영화입니까?

◆구자환 : 1949년도에 만들어졌던 국민보도연맹원에 대한 이야긴데요.
국민보도연맹이라고 하면 그 당시에 좌익 사상을 가졌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의식을 전향시키기 위해서 만든 일종의 반공단체, 관변단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이 분들이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초기에 예비소집을 당하게 돼요. 당시 이승만 정권의 판단으로서는 이 사람들이 빨갱이라고 판단을 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인민군이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니까 이분들은 인민군들에게 동조를 하거나 부역을 할 수 있겠다.. 하는 자의적인 판단을 하고 예비소집을 하고 난 이후에 집단 학살을 해버린 거죠. 그 숫자만 해도 학자마다 견해는 조금씩 다른데 정확히 밝혀진 게 없긴 하지만 최소 23만명에서 많게는 43만명까지 그렇게 지금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김효영 : 이분들이 실제로 좌익 활동을 하긴 했습니까?

◆구자환 : '100% 아니다' 라고는 말씀을 못 드리겠고요. 그 중에 극소수는 물론 있었겠죠. 그러나 대다수가 우리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던 농민분들, 일반 시민분들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되었던 이유가 1949년도에 보도연맹조직이 만들어지고 난 이후에 그해 말경에 가면 보도연맹조직이 전국으로 확산이 돼요. 전국 지부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그러면서부터 이제 '할당제'가 시작 되거든요. 지역 별로 몇명을 가입시켜오라.

그런 할당제가 시작되면서부터 당시 좌익 사상을 가졌거나 지식인들은 보도연맹이 뭔지를 아는 사람들이니까 피해버렸고 그러다보니까 인원이 적어지게 된거죠. 지역별로.

그래서 그 할당, 인원을 채우기 위해서 일반 농민들에게 '대출을 해주겠다', '가입하면 좋다', 아니면 마을 이장이 자기가 그 당시에는 동네 사람들의 도장을 다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걸 가지고 일방적으로 찍어버린다든가. 그리고 마을의 소위 좀 유지라고 합니까? 그 당시에 유지라 그러면 친일했던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 사람들이 자기들에게 좀 밉보였던 사람들, 반감을 가지고있던 사람들을 보도연맹에 가입을 시키기도 했었죠.

◇김효영 : 알겠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입니까?

◆구자환 : 네. 다큐멘터리입니다.

◇김효영 : 그러면 증언을 위주로 제작이 됐겠군요.

◆구자환 : 가장 큰 아픔을 당했던 남편을 잃었던 할머니들 위주로 가려고 했었고요.
불행하게도 이 사건 자체가 굉장히 금기시된, 그러니까 국민보도연맹 이 용어 자체를 그 당시에 내뱉는 자체가 빨갱이로 몰리는 시기여서 할머니들이 이렇게 큰 피해를 당하고도 자식들에게까지 말을 안했어요. 자식분들에게도 '아버지가 6.25 때 죽었다' 정도만. 그래서 증언을 녹취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할머니들이 겪었던 그리고 자기가 알고 있었던 사실들, 그리고 학살 매장지를 목격했던 분들의 증언들을 중심으로 담았습니다.

◇김효영 : 노무현 대통령 때 과거사 진상규명위원 같은데서 보도연맹사건을 다루지 않았던가요?

◆구자환 : 아니요. 채굴도 했었죠.

◇김효영 : 그런데요?

◆구자환 : 국가 차원에서 진상조사가 없었다고 말을 하면 이것도 틀린 말이긴한데 저는 판단을 조금 다르게 하거든요.

당시 진실화해위원회가 구성이 되어가지고 물론 국민보도연맹사건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건을 조사를 하고 진상 규명을 했었고요. 단지 국민보도연맹 사건만 본다면, 수치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168곳인가 매장지가 있다고 추정을 했었고요. 그런데,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그 168개소 가운데서 발굴했던 곳이 13개소 밖에 되지 않거든요. 그러다가 활동 기간이 만료가 되고 연장이 되지 않으면서 중지가 되었습니다.

그렇게라도 국가 차원에서 조사활동을 하긴 했는데 그 당시 정부가 솔직히 말하면 가해자 그룹과는 거리가 있는 노무현 정부였거든요. 제가 지금 편 나누기하는 것 처럼 들리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가해자 쪽 세력과 아닌 세력을 따지다 보면 지금의 현 정권을 지지하는 분들, 그리고 이승만 정권를 국부라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 그런 쪽에 계신 세력 분들이 나서서 이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다시 한번 재조사를 하고 사과를 해야만이 정확하게 진상조사가 이루어졌다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정확하게 가해자가 말이 없는 거에요. 그러니까 제 입장에서는 진상조사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거죠.

◇김효영 : 그래서 영화로라도 기록을 남겨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신 거고요?

◆구자환 : 그렇죠.

◇김효영 : 그렇지만, 전쟁이 일어난 상황에서 공산주의자들이 희생될 수 밖에 없지 않았겠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것 같습니다.

◆구자환 : 통상적으로 그 당시 전쟁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인 희생은 어쩔 수 없었다고 의견을 제시해주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저는 그런 의견들이 이 사건을 그냥 무마하고 덮으려는 의도라고 보거든요. 정확하게 좀 팩트를 보자면 그분들은 전투가 이루어진 지역에서 학살된 분들이 아닙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진주같은 경우는 그 당시에 음력 6월10일경 인민군이 들어왔거든요. 그러니까 그 이전 시점에 이틀이나 3일 전에 먼저 학살을 해버린 거에요. 그래서 학살에 대한 과정들을 봤을 때 이건 엄연한 불법 행위죠. 국가가 저지른 학살이고요. 그리고 아무리 전시 상황이고 전쟁 상황이라 하더라도 재판이라는것은 민주국가에서 당연히 있어야 할 일들이거든요. 그런 과정들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명백한 확살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어요.

◇김효영 : 알겠습니다. 이 영화 제작하실 때 아까 '예산의 문제도 있었다' 고 하셨는데요. 지원은 없었습니까?

◆구자환 : 제가 그것 때문에 정말 힘이 많이 들었는데요. 어차피 제가 처음 제작할 때 이 영화를 기획하고 덤벼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러다보니까 제작비 한 푼도 없이 뛰어들었거든요.

그렇게 촬영을 하다가 이 영화 만큼은 잘 만들어야 되겠다.. 해서 지원을 했었어요.
창원시에도 했었고 영화진흥위원회에도 했었는데 영화진흥같은 경우는 이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는 그런 부분들이 있어서 아니면 제가 기획안이 좀 부족했거나 해서 떨어진 걸로 알고있는데, 우리 지역에서는 그런 유형의 판단이 아니었거든요. 그러니까 '소재가 지원해주기 어려운 거다' 그런 이유로 빠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효영 :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데 세금을 지원할 수 없다.. 이런 반응이었군요.

◆구자환 : 네. 그건 제가 구체적으로 전해들은 이야긴데,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김효영 : 그래서 제작비 어떻게 충당하셨습니까?

◆구자환 : 촬영같은 경우에는 일단 매장지가 있으면 뛰어갔고요. 가서 촬영만 하면 되니까. 그러다보니까 밥을 굶는 경우도 있었고요. 다행히 유족분들과 섞여가지고 밥을 먹을 때는 이제 끼니도 좀 해결할 수 있었는데 후반부에 오니까 조금 욕심이 생기고 해서 스텝을 좀 쓰려고 하니까 돈이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페이스북으로 SNS를 통해서 좀 도와달라고 호소를 했는데 그 당시 지역에 계신 분들하고 또 영화 소재를 좀 아시는 분들이 도움을 주셨거든요. 그런 분들의 도움으로 후반 제작까지 마무리를 할 수 있었고 이후의 문제가 개봉에 대한 문제였거든요.

◇김효영 : 극장 잡기도 쉽지 않으셨죠?

◆구자환 : 네. 지금은 이게 SNS로 많이 퍼지니까 기존에 있던 극장들이 상영을 좀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사실은 멀티 플렉스가 크게 대형 극장이 세군데 있잖아요.

그 중에서 한 곳에서는 '3~4개월 이전부터 영화 상영 라인을 다 짜버린다. 그래서 안 된다' 그렇게 이야기 했고, 또 한 곳은 예술 영화 전용관을 보유한 곳들인데도, '자기들이 운영하는 예술 영화관과 성격이 맞지 않다' 라고 거절을 했었고요.

한 군데는 창원에서 경남에서 유일하게 상영하도록 관을 빌려준데가 메가박스인데 메가박스같은 경우에는 신경을 좀 많이 써주셨거든요. 그래서 다행히 한개 관이나마 경남 지역에서도 상영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김효영 : '상영을 못 하겠다' 한 곳은 cgv나 롯데시네마인 것 같고, 상영을 받아준 곳이 메가박스군요. 그러면 메가박스에서 전국적으로 배급망을 뚫어준 겁니까?

◆구자환 : 아니요. 아직은 아니고요. 그쪽에도 아무래도 독립영화라는 것들이 홍보에 대한 문제가 있어서 사람들이 영화를 많이 알아야 홍보가 되어서 보는 것 아닙니까?
홍보가 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들지 않으니까 사실 자기들 입장에서는 두려울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임시로 창원 쪽에 관을 열어주었는데 그것도 지금 황금 시간대에 열어주셨고요. 그것도 같은 장소에 같은 시간에 일주일 동안 거들어 주셨더라고요. 아마도 추정컨대 그분 프로그래머하고 이야기를 했는데 반응이 좋고 사람이 많으면 확대하겠다.. 라고 하는 이야기도 제가 들었습니다.

◇김효영 : 창원 메가박스에서 몇시에 상영됩니까?

◆구자환 : 9일부터 일주일간 저녁 6시45분에 매일 상영이 됩니다.

◇김효영 : 내일부터 일주일동안 창원에 있는 메가박스에서 6시45분부터 상영이 된다고 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잘 전달이 된 것 같습니까?

◆구자환 : 일단 언론 쪽의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나름대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저는 제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가 처참했던 역사들이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묻힐 수가 있는건지.. 우리가 흔히 킬링필드는 잘 알고 있잖아요, 캄보디아 학살사건.

그런데 어떻게 정작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이 처참한 학살 사건을 우리는 알지도 못하고 배우지도 못 하는지 그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고요. 제 자신도 몰랐으니까 반성하는 그런 차원도 있었고 그래서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영화를 만든 것이고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유족 분들이 평생 동안 그렇게 한을 가슴에 품고도 아무 말 없이 숨어서 지내야 했던 그 한들, 그리고 7월달이 그분들이 학살된 시기거든요. 지금 이 시점입니다. 7월5일부터니까. 그 분들 수십만의 희생당한 그분들의 영령들 위로할 수 있는, 그리고 진실규명이 될 수 있는 여론을 좀 만들어달라.. 그런 이야기를 좀 하고 있거든요. 그게 궁극적인 목적이죠.

◇김효영 : 알겠습니다. 현직 기자시죠?

◆구자환 : 네. 그렇습니다.

◇김효영 : 기사로 쓰시지, 왜 힘들게 영화로 만드셨어요?

◆구자환 : 기사로도 보도를 했었죠.
그런데 글과 영상이 던져주는 이미지가 서로 달라요.
글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때가 있고 이 영상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부분들이 다르거든요. 저는 유족들이 가슴에 담았던 그 한들, 그 처참한 학살의 현장들.. 이런 부분들은 어떻게 글보다는 오히려 영상 쪽이 더 호소력있게 다가갈 수 있을 거다.. 그렇게 판단을 했었습니다.

◇김효영 : 알겠습니다. 많은 관객이 들어서 상영이 좀 연장되고 확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구자환 : 감사합니다.

◇김효영 :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구자환 : 네. 감사합니다.

◇김효영 : 지금까지 영화 '레드 툼'의 구자환 감독 만나보았습니다.

[경남CBS 손성경 프로듀서] sskann08@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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