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치솟는 해운대, 빈집 늘어나는 옛 도심
부산의 도시 불균형이 날로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대 일대는 전국 최고 수준의 집값을 경신하는 반면, 옛 도심에서는 빈집이 늘고 있다.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가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은 26일 ‘늘어가는 빈집, 지역재생의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이라는 보고서에서 부산에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20년 새 6만채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빈집은 1995년 1만7036채에서 2005년 5만3651채, 2014년 7만6069채로 증가했다. 빈집 비율을 나타내는 공가율 역시 1995년 2.58%에서 2005년 5.55%로 증가했다가 2010년 3.97%로 감소한 뒤 2014년 다시 5.55%로 치솟았다.
초고층 아파트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 해운대 신도시 지역(왼쪽 사진)과 달리 원도심 지역에는 최근 빈집들이 날로 늘고 있다. 부산시 제공 |
2008년부터 빈집과 폐가 정비사업으로 2406채를 철거하면서 2010년 일시적으로 공가율이 떨어진 것으로 빈집 비율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빈집은 주로 한국전쟁 때 중·동·서구 등 옛 도심 일대에 피란민들이 지은 집들로 아파트로 이사하거나 노인들이 혼자 살다 사망하면서 남겨진 곳들이 많다.
또 사상구의 공장이 김해·양산 등지로 이전하면서 이 일대도 빈집이 크게 늘었다. 이 밖에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됐으나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해 철거하지 않은 빈집도 늘어났다.
이처럼 옛 도심에서는 버려지는 집이 증가하고 있지만 특정 지역은 주택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아파트 분양 열기가 뜨거운 해운대 일대는 3.3㎡당 분양가가 최고 9000만원이 넘었지만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인기를 모았다.
국내 최고층 복합주거시설인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지난 14일 839가구 모집에 무려 1만4450명이 몰려 평균 17.2 대 1의 치열한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당해지역에서 청약접수를 모두 마무리 지었다. 최고 경쟁률도 68.5 대 1에 달했다. 부산은 지난 7월부터 이달 셋째주까지 평균 청약경쟁률이 76.37 대 1로 전국 1위이다.
부산발전연구원 한승욱 연구위원은 “부산의 빈집 규모는 생활환경 악화, 화재·붕괴 위험 증가, 범죄 유발 등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빈집을 새로운 지역재생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부산시의 선도적 역할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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