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 직원은 왜 작업도구 대신 몽둥이를 들었을까

권순재 기자 2015. 6. 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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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6시 충남 아산시 탕정면 매곡리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갑을오토텍 정문. 전국금속노동조합 갑을오토텍지회(이하 금속노조) 조합원 300여명과 기업노조 조합원 40여명, 경찰 200여명이 정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회사 측과 단체협상이 결렬된 뒤 기업노조 측의 폭력 사태가 잇따르자 지난 17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기업노조 측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손에는 1m 정도 크기의 대나무몽둥이 등이 들려 있었다. 조합원들 뒤에서는 그 가족들이 피켓을 들고 “우리 아빠들을 다치게 하지 말라”며 시위에 동참했다. 이들은 왜 작업도구 대신 몽둥이를 들었고, 가족들까지 시위에 동참하게 된 걸까.

이들의 시위는 ‘갑을오토텍 측이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신규 직원을 채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갑을오토텍은 지난해 말 채용한 신입사원 중 일부와 사전에 공모해 기존 노동조합을 파괴하려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신입사원의 평균연령은 47세로 60명 중 20명이 육군 특전사 출신, 13명이 전직 경찰 출신이라는 게 금속노조의 설명이다. 신입사원 중 41명은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지난 3월 설립된 기업별 노조에 가입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금속노조를 탈퇴해 기업노조에 가입할 것을 채용 조건으로 내걸고 회유·압박했다는 제보와 증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일 충남 아산시 탕정면 매곡리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갑을오토텍 정문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왼쪽)과 기업노조 조합원·경찰 등이 정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권순재 기자

“남편이 새벽마다 피켓선전을 하러 나가는 것을 보고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7일 농성 중인 남편들을 위해 음씩을 가지고 공장을 방문했다가 경찰에 둘러싸여 있는 남편의 모습을 봤습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금속노조 조합원 부인 김모씨(48)는 이날 다른 조합원의 부인들과 함께 공장 안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20년 넘게 다닌 남편의 직장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두려웠고 화도 났다”며 “‘노조를 파괴하겠다’며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도 나쁘지만 그들을 고용한 사업주는 더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들이 몽둥이를 들고 시위를 벌이는 것은 기업노조 측의 폭력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했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 17일 금속노조와 기업노조 간 몸싸움이 벌어져 금속노조원 일부가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금속노조는 “정당한 노조 활동 중에 회사가 노조파괴 용역을 고용해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업노조 조합원들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기 두려울 정도의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이들의 공장 진입을 막기 위해 정문을 봉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9시30분,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기업노조 측의 출근을 막기 위해 정문 봉쇄를 이어갔다. 30여대의 물류차량이 공장 정문 밖에서 진입을 대기하고 있었고, 경찰은 안내방송을 통해 “물류차량통과와 직원들의 출근을 막는 것은 업무방해에 해당 된다”며 봉쇄 해제를 요구했다. 금속노조 측은 “물류차량 출입과 함께 같은 정문을 사용하는 대유위니아 직원의 출근을 보장하라고 오히려 우리가 수차례 요구했다”며 맞섰다. 지난 20일 기업노조원들은 휴일출근 명분으로 공장진입을 시도했다. 금속노조는 “기업노조원들이 물류차량에 탑승해 공장진입하거나 차량 뒤로 잇따라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차량을 통제했다. 10여분 뒤부터 금속노조는 물류차량의 공장 내 진입을 허용했다.

오전 11시40분쯤에는 갑을오토텍 공장 정문에서 한 차례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기업노조 측이 정문을 뜯어내며 회사 진입을 시도했고,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들은 소화기 등을 동원해 기업노조 측의 진입을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10여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경찰은 영상 자료를 분석해 폭력을 휘두른 양측 노조원을 처벌할 방침이다.

이들의 대치는 오후 4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기업노조원들은 “정식 절차를 밟아 입사했다”며 “일하기 위해 계속 회사 진입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갑을오토텍 관계자는 “(기업노조원 일부가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채용됐다는 것은) 금속노조에서 시나리오를 써서 여론을 몰고 나가는 것”이라며 “지난해 금속노조 측의 충원 요구에 따라 신입사원을 뽑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 정상화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순재 기자 sj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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