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 여성 무용가 ㅈ씨에 십수억 특혜..왜?

2012. 4. 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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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ㅈ씨 기획사에 12억 뮤지컬 맡기는 등 17차례 지원

노조 "김 사장 법인카드 사용기록, ㅈ씨 행적과 겹쳐"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재일 교포 출신 여성 무용가 ㅈ씨에게 십수억원대의 특혜 지원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MBC)본부(정영하 본부장)는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문화방송이 이름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ㅈ씨가 대표로 있는 기획사에 12억원을 투입해, 티켓이 전부 판매되더라도 벌 수 있는 돈이 4억4천만원에 불과한 뮤지컬 제작을 맡겼다"며 "김재철 사장이 ㅈ씨에게 특혜를 주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문화방송 노조의 주장을 종합하면, 문화방송이 제작비 12억원을 들여 제작한 뮤지컬은 문화방송 창사특집 <뮤지컬 이육사>였다. 이 뮤지컬은 지난 2월과 3월에 걸쳐 서울과 안동에서 11차례 공연했는데, 티켓을 전부 판매하더라도 문화방송이 벌 수 있는 돈은 4억4천만원이었다. 이 뮤지컬은 ㅈ씨의 기획사가 맡았고 ㅈ씨는 출연까지 했다.

 문화방송 내부 문서에서는 예상 티켓 판매율이 14%여서 금액으로 따지면 5500만원에 불과하다고 돼있다. 12억원을 투입해 5%도 못 버는 공연에 문화방송이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이다. ㅈ씨가 대표로 있는 기획사는 9억원을 챙겼고, ㅈ씨는 4천여만원의 출연료와 감독비를 받았다.

 제작비 10억원 이상 규모의 뮤지컬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획사는 국내에 10곳도 안된다. 문화방송 노조는 공연계의 말을 종합해 "대형 뮤지컬 제작 경험도 없고, 이름도 알려져 있지 않은 ㅈ씨의 기획사에게 이런 뮤지컬 제작을 맡긴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화방송 내부 관계자도 "100% 협찬금 조달에 수익은 염두에 두지 않은 이런 공연은 사장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증언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이미 김 사장이 <이육사> 티켓 300장을 회사 법인카드로 구입해 병원장으로 있는 동향 친구 앞으로 전량 보냈다는 의혹을 한 차례 제기한 바 있다. 당시 티켓 구입이 이번 일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또 김재철 사장이 무용가 ㅈ씨에게 17차례의 특혜성 지원을 했다며 관련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노조는 지난해 3월 ㅈ씨가 서울에서 한 '최승희 100주년' 개인 공연에 문화방송이 사업성 검토도 하지 않고 참여한 것을 비롯해 김 사장이 지방 계열사인 울산문화방송, 청주문화방송 사장에 재직할 때 ㅈ씨의 공연에 줄기차게 지원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청주문화방송의 한 피디가 노조에 "김사장이 ㅈ씨의 스케줄을 챙겨서 출연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문화방송 노조는 김 사장이 무용가 ㅈ씨와 90년대 중반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밝혔다. 1996년 김 사장이 일본에 특파원으로 가 있던 시절, ㅈ씨와 관련한 보도를 했다고 노조는 덧붙였다.

 또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기록을 분석한 결과, 결재 시간과 장소가 ㅈ씨의 행적과 겹치는 경우를 상당수 확인할 수 있었다"며 "김 사장은 ㅈ씨에 대한 특혜지원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문화방송을 떠나라"고 주장했다.

 문화방송 회사 쪽은 이날 오전 노조에 보낸 답변서에서 뮤지컬 <이육사>에 12억원을 투자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독립투사이자 시인인 이육사를 알리기 위한 공익성 뮤지컬이었다"며 "안동 문화방송 담당 피디가 ㅈ씨에게 의뢰한 것이지 김 사장의 지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회사 쪽은 '최승희 100주년' 기념 공연과 관련해서도 "담당 본부장, 부장이 타당성 검토를 거친 뒤에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결정했다"며 "ㅈ씨가 최승희 춤의 전수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쪽은 "김 사장이 무용가 ㅈ씨에게 17차례의 특혜성 지원을 했다"는 노조 주장과 청주문화방송의 한 피디가 "김 사장이 ㅈ씨의 스케줄을 챙겨서 출연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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