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카페 대표들 "나꼼수 동지의식 내려놓는다"

박은하·정희완 기자 2012. 2. 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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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촛불집회 이후 적극적인 사회참여 활동을 벌여온 소울드레서, 쌍화차코코아, 화장발(이하 삼국카페) 회원들이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비키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6일 오후 해당 커뮤니티에 성명서를 올려 "이 사건의 본질은 비키니로 드러난 표현의 자유가 아닌 코피를 통해 드러난 여성을 보는 시각의 문제"라며 "이 사건은 '비키니 사건' 대신 '코피사건'으로 불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지금까지 나꼼수 멤버들이 보여주었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 성명서는 그들의 그간의 행보를 폄훼하려는 목적이 아님을 밝힌다"며 운을 뗐다. 이어 "비키니 시위 사진을 소비하는 일부 남성들의 관점에 우려를 표했고 트위터 등을 통해 나꼼수에서 사건을 진정시켜주길 촉구했으나, '가슴 응원 사진 대박! 코피를 조심하라'는 사진 공개는 메시지 대신 가슴을 부각시키며 주객을 전도시켰다"고 말했다.

이들은 "'코피' 발언은 그들(나꼼수 패널)이 남성 위주의 사회적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며, 여성을 성적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한낱 눈요기거리로 삼고 남성의 정치적 활동의 사기 진작을 위한 대상 정도로 전락시킨 것"이라 말했다. 또 "우리는 나꼼수와 청취자의 관계는 단순히 유명인과 팬의 관계가 아닌, 시대를 함께 고민하는 동지적-동반자적 관계라고 생각, 여성청취자들이 느꼈을 불편함에 나꼼수 멤버들이 공감은 아니라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 기대했고,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경솔했다'고만 입장을 표명했어도 사태는 바로 진화될 수 있는 문제였다"고 말했다.

성명서는 "그러나 김용민 교수는 비판 멘션에 대해서는 편집 리트윗 하거나 차단하는 등 소통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고, 김어준 총수는 '시사인 토크 콘서트'에서 '성희롱은 권력의 불평등 관계가 전제돼야 하는데 청취자와 우리 사이에는 그런 게 없다'며 불쾌감을 나타내는 여성 청취자들을 청취자의 점주에서 배제했다"면서 "'생물학적 완성도에 대한 감탄, 성적 대상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이들은 "나꼼수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데다가 자신들이 주체가 된 상황에서의 문제해결능력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며, 특히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마저 여성인권에 무지하다는 현실을 깨우쳐 주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에 대해 미권스에도 문제제기를 했으나, 미권스 역시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성의 누드사진을 올리는 등 계속해서 성희롱을 행사했으며, 삼국 회원을 더 중요한 일(가카퇴진)을 도모하는 대단한 진보인사(나꼼수, 미권스)를 고작 그런 일(여성 인권문제)로 분열시키려는 조중동 알바로 몰며 삼국의 명예를 훼손시키면서까지 본인들의 행위를 정당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동등한 동지라고 여긴다면 최소한의 소통은 이루어져야만 했다"며 "'비판이 '전투'가 되고 '의견'이 '총알'이 되고 '소통에 대한 요구'는 '알바'로 취급된다는 것에 대해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성명서는 "삼국 카페는 성별, 종교, 기타 사회적 신분으로 차별하지 않겠다는 '진보의 가치와 인간을 도구화하지 않겠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서 대의라는 이름 아래 침묵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우리는 '반쪽 진보'를 거부하며, 나꼼수에게 가졌던 무한한 애정과, 믿음, 동지의식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성명서는 또 "나꼼수 역시 정봉주 수감 이후 대안언론, B급 방송이 아닌 정치적 주체 중 하나로 위상이 바뀌었다는 점을 자각하고 진정한 진보적 인사가 되기 위해 정치적 사안 외에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하는가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며 끝을 맺었다.

삼국카페는 회원수 도합 60만명을 자랑하는 국내 대표적 뷰티, 미용 전문 여성커뮤니티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YTN, MBC 파업, 4대강 한미FTA반대 등 사회현안에 대해 활발하게 토론을 벌이며 참여를 해 왔다.

이들은 "우리를 나꼼수를 통해 계몽된 여성으로 보는 시각과 조중동의 알바로 치부하려는 시각 모두를 거부한다"며 이를 진보의 분열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앞서 4일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트위터를 통해 반MB 정서를 강력한 동력으로 하는 나꼼수 팬덤현상에만 의존해서는 다양한 차이를 품은 진보진영의 정치적으로 결집해내는데 실패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진씨는 "현재 반MB라는 공동의 목표로 뭉쳐 있지만, 사실 나꼼수 팬덤은 상당히 이질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부에서 헤게모니를 쥔 것은 민주당이라는 강력한 권력의 뒷받침을 받는 역시 (남성주의적) 친노세력"이라면서 "비키니 사건에서처럼 잠재된 이질성이 이러저러한 계기를 통해 드러나면 헤게모니를 쥔 세력은 반MB라는 동일성으로 그 차이를 신속히 밀어버리려 하나 그 결과는 치명적일 것"이라 밝혔다.

<박은하·정희완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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