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호, 바다가 되다

2011. 8. 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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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GTB 백행원 기자

▲ GTB 백행원 기자 GTB 입사 이후 춘천에서만 근무하다가 강릉에 있는 영동본부로 발령 나고 첫 주, 4년 만에 본 경포호는 온통 파래로 뒤덮인 늪의 모습이었습니다. 강릉 토박이인 한 운전요원은 30년을 살았지만 경포호가 저렇게 된 건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경포호 긴급진단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일단 온통 파래 투성이가 된 경포호에 수중 장비를 가지고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수질은 좋았습니다. 생각과 달리 물이 깨끗해서 작은 물고기 움직임도 보일만큼 시야가 탁 트였는데, 경포호 속에 사는 생물들이 좀 이상했습니다. 홍합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전복이 켜켜이 쌓여 있었습니다. 일반적 기수호에서는 살 수 없는 홍조류까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호수 속은 마치 잘 가꿔진 바다 속 같았습니다.

경포호가 정말 바다로 변한 것인지, 왜 그렇게 된 건지 과학적으로 증명해보자고 팀 내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경포호 속을 촬영한 영상을 가지고 생태와 수질 전문 교수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전문가들은 수중 영상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저럴 줄 몰랐다는 게 한결같은 반응이었습니다. 수질과 하상 전문가들로 조사팀을 꾸렸습니다. 면밀한 분석을 위해 강릉시와 환경부의 허가를 받아 2004년부터 낚시가 금지된 경포호에 정치망과 자망을 설치했고 물속 염분도 측정에 나섰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경포호로 민물이 흘러드는 부분에서조차 24‰(퍼밀)이 넘는 염분도가 측정됐습니다. 경포 앞 바다 염분도 31‰(퍼밀)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전부 5곳에 설치된 자망과 정치망에서는 강도다리와 문절 망둥이가 잡혀 올라왔습니다. 잉어나 메기 같은 민물 어종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2005년에 벌인 조사에서 민물 어종이 23%나 잡혔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6년 새 경포는 너무 큰 변화를 겪은 것이었습니다.

경포호 바다화 현상의 원흉은 지난 2004년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바닷물을 막던 보를 터놓은 공사였습니다. 바닷물이 대거 유입되면서 수질은 개선됐지만 민물 유입이 줄어들어 경포호는 사실상 바다로 변했습니다. 모두 7번의 연속 보도가 나가는 동안 지역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경포호가 바다로 변했다는 사실은 주민들 정서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강릉시도 중장기 대책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수질에만 국한됐던 호수 검사 항목을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경포호 상황과 복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용역을 발주한다고 합니다. 아마 이런 움직임은 동해안 다른 석호 보존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경포호엔 해마다 4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들고 기수어종인 황어와 숭어가 산란을 하고 자라서 바다로 나갑니다. 우리 취재팀이 지난 한 달간 한 노력이 이 아름다운 생태계를 지키는 데 보탬이 되어서 기쁩니다. 취재하며 함께 고생한 영동본부 선배들과 가족같이 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GTB 보도국 식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copyrightⓒ 기자협회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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