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1번어뢰 발견된 조개 무단훼손 파문

2010. 11. 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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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전쟁기념관 가서 조개 떼내고 백색침전물 제거 "증거인멸"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국방부가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1번 어뢰추진체 안에 조개가 발견됐다는 의혹이 나오자 서둘러 조개를 꺼내고, 조개 끝에 붙어있던 침전물도 뜯어내 버렸다. 국방부가 1번 어뢰 추진체가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가 아닐 수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물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4일 전쟁기념관에 따르면, 언론3단체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언론검증위)가 '1번 어뢰' 추진체의 프로펠러 구멍에서 조개가 발견된 사실을 공개한 당일 오전 국방부 조사본부 책임자 3∼4명이 어뢰추진체가 전시된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 2층 중앙홀에 찾아와 어뢰추진체에 붙어있는 조개를 꺼낸 것으로 확인됐다.

고석구 전쟁기념관 전시팀장은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처음부터 조사해온 국방부 조사본부 책임자들 3∼4명이 어제 오전에 여기에 와서 현재 있는 어뢰추진체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어뢰추진체에서 조개를 떼어내 국방부로 가져갔다"며 "아마도 일부러 (증거물을) 제거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의혹이 있으면 안되니 과학적인 조사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들었다. 떼어낸 조개껍데기는 새끼손가락의 손톱만한 크기로 보였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렇게 떼어낸 조개에 붙은 백색 침전물을 분리한 것으로 나타나, 증거물을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가 4일 밝힌 '어뢰추진체에 붙은 조개' 해명자료에서 제시한 사진을 보면, 조개의 끝부분이 깨져 있고, 조개 끝에 붙어있던 백색 침전물도 제거돼 있었다. 애초 어뢰추진체에서 발견된 조개엔 끝부분에 백색 침전물이 꽃이 피어오르는 모양으로 붙어있어 장시간에 걸쳐 침전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이 어뢰가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가 아니라는 것을 강력하게 입증해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그런데 국방부가 의혹이 제기된지 얼마 되지 않아 일방적으로 조개를 떼어내고 조개에 붙은 침전물마저 무단으로 분리함에 따라 의도적으로 증거물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 국방부가 4일 어뢰추진체에 붙은 조개에 대해 내놓은 해명자료에 실린 조개 사진. 어뢰 안에서 무단으로 꺼냈고, 조개에 붙은 침전물도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천안함스토리

▲ 국방부가 4일 어뢰추진체에 붙은 조개에 대해 내놓은 해명자료에 실린 조개 사진. 어뢰 안에서 무단으로 꺼냈고, 조개에 붙은 침전물도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천안함스토리

언론검증위는 이날 반박자료를 내어 "국방부가 증거보전 요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조개를 떼어내고 백색 침전물을 부숴버린 행위에 대해 비상식적이고 오만한 태도라고 규정한다"며 "진정으로 의문을 해소하고자 했다면 제3자 입회 하에 조개가 존재하는 상태를 충분히 검증한 뒤 떼어냈어야 하며, 백색 침전물의 부착 상태도 정밀하게 확인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1번 어뢰의 실체를 규명할 어뢰 속의 조개를 무단으로 끄집어내고 백색 흡착물을 제거해버린 것은 있을 수 없는 증거인멸 행위인 만큼 이에 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상철 전 민군 합동조사단 민간위원(서프라이즈 대표)도 이날 "국방부가 어뢰 구멍에서 문제의 실체를 끄집어 낸 행위 자체가 중대한 증거인멸 행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방부는 비난과 함께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위원은 "그에 대하여 변호인단과 함께 의논 후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뢰추진체에 붙은 조개에 대해 가장 먼저 의혹을 제기한 이는 닉네임 '가을밤'이라는 블로거로, 그는 지난 2일 오후 정치웹진 서프라이즈를 통해 조개 확대 사진과 분석한 글을 실었었다.

▲ 천안함 어뢰추진체 속에 보이는 조개 모습. ⓒ블로거 가을밤

한편, 국방부는 4일 오전 어뢰추진체로부터 떼어낸 조개 사진이 포함된 해명자료를 내어 △조개가 생물 조가비가 아니라 부서진 조개껍데기(2.5cm×2.5cm)이며 △스크류 구멍은 어뢰 추진시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뚫어놓은 것이고 △부서진 조개껍데기가 들어가 있는 상태가 느슨한 것으로 보아, 어뢰가 폭발 후 해저면에 있던 조개껍데기 조각이 조류 등의 영향으로 스크류 구멍 속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또 조개에 붙은 침전물에 대해 "흡착물이 묻은 것은, 폭발 후 조개껍데기와 흡착물이 동시에 구멍 속으로 들어가면서 붙을 수도 있고, 조개껍데기가 구멍에 들어간 이후 스크류 주변에 묻어있는 다량의 흡착물이 조류 등의 영향으로 옮겨 붙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언론검증위는 곧바로 반박자료를 내어 "국방부 주장대로 흡착물이 어뢰 폭발로 나온 알루미늄산화물이라면 프로펠러 구멍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액체 상태여야 하고, 그래야 알루미늄 합금에 흡착될 수 있다"며 "폭발에 의한 것이라면 흡착물이 조개를 감싸는듯한 모양으로 됐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조개 끝 부분에 꽃이 피어나듯 돌출된 상태로 붙어있었다. 이는 조개가 들어간 뒤 장시간에 걸쳐 백색물질이 침전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천안함 어뢰추진체 속에 보이는 조개 모습. ⓒ블로거 가을밤

또한 흡착물이 조류의 영향으로 조개에 옮겨붙었다는 국방부의 주장에 대해 언론검증위는 "과거 흡착물이 어뢰추진체에 흡착된 이유를 두고 국방부는 조류의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놓고, 이제와서는 조류 때문에 흡착물이 이리저리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주장은 일관성도 없고, 과학적이지도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조개의 크기가 2.5×2.5cm라는 주장에 대해 언론검증위는 어뢰설계도에 표기된 주요 치수 등을 토대로 촬영된 구멍의 크기를 추산한 결과, 구멍 지름이 2cm를 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는데, 정작 조개의 크기가 더 크다는 점을 들어 "이는 조개크기가 틀렸거나 프로펠러 구멍이 우리가 추산한 크기보다 크다는 것을 말한다"며 "또한 프로펠러 원통의 지름 또한 설계도 등을 근거로 추산한 15cm 보다도 훨씬 크다는 뜻이므로, 국방부가 제시한 어뢰 설계도는 어뢰추진체의 실제 치수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검증위는 "프로펠러 구멍의 지름과 원통 지름 실측치 공개를 국방부에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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