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주의·KBS수신료 본격 제기 "목적 불순해도 결과는 시청자에 이익"

입력 2010. 6. 22. 16:49 수정 2010. 6. 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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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SBS 맞불 비판은 왜]"월드컵 끝나도 냉정한 상호비판 이어가야…사주·사장 감시도"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2010 남아공 월드컵 경기도 SBS가 단독중계하면서 방송사간의 갈등이 법정 분쟁을 넘어 뉴스를 통한 상호비판까지 이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로 월드컵에 올인하면서 상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전파까지 낭비하는 이전투구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FIFA의 상업주의, KBS의 수신료 문제 등 단독 중계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해당 방송사의 문제점을 방송하는 등 결과적으로 업계 관행을 깬 상호비판의 조짐이 생기고 있다는 평가도 나와 주목된다.

▷KBS, 'FIFA상업주의' '난시청' 등 비판 다양화

=KBS는 지난 3~4월 SBS의 밴쿠버 올림픽 단독중계 때 시청자들의 단독중계 불만과 SBS의 3사 합의 파기 위주로 비판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월드컵 때는 리포트의 소재가 다소 폭넓어졌다. KBS는 지난 8일 <뉴스9> '독점에 광고 끼워팔기'에서 "SBS가 끼워팔기로 광고를 팔아 기업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며 SBS가 대기업에 배포한 월드컵 방송광고 안내서를 근거로 "한국전 1회 15초 광고와 다른 나라 경기 광고 17회가 포함된 패키지 광고 가격이 4억4000여 만 원으로, 그리스-한국 전에 1회 광고하려면 특별공연과 응원전, 하이라이트 광고도 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지난 13일엔 한국-그리스전 당시 거리 응원 취재 방해 상황을 리포트했다.

KBS는 그 이튿날에 월드컵 난시청 가구가 440만에 달한다는 내용을 집중 보도하기도 했다. KBS는 지역의 여러 마을 돌며 SBS가 나오지 않는 곳의 사례를 보여줬다. KBS는 자사 난시청서비스팀이 한달여 동안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SBS의 난시청 비율이 수도권(16.6%)과 지방(29.3%)을 걸쳐 전국적으로 23%인 440만 가구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가시청권 가구비율이 9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KBS는 지난 16일 <뉴스9>에서 FIFA 상업주의를 거론하기도 했다. KBS는 올해 FIFA의 수입이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36억 달러(4조5000억 원) 정도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들어 "가장 큰 부분인 TV 중계권료에서 27억 달러(3조4000억 원) 규모로 199년 보다 40배, 2002년 보다 3배 가까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KBS는 SBS의 남아공월드컵 중계권료도 6500만달러(800억 달러)로 지난 대회보다 160% 인상했다며 "지구촌 최대의 축제 월드컵에 대한 국내 단독 중계는 결국 FIFA 이익 극대화에 앞장서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SBS, "난시청 KBS가 왜곡…수신료 인상 자격있나"=

동계올림픽 때엔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SBS는 이번 월드컵 때 KBS의 비판에 대해 적극적인 반박을 하고 있다. 난시청 자체 조사를 통해 440만 가구가 SBS를 보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SBS는 15일 <8뉴스>에서 "(SBS가 안나온다고 KBS가 보도한) 현장(전북 진안)을 직접 찾아가보니 사실이 아니었다"며 "방통위도 KBS가 통계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SBS는 KBS가 통계청 가구 수 대신 행정안전부 기준 세대 수로 모집단을 늘려 SBS의 가시청 가구 비율을 줄였다는 방통위 해명자료를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SBS는 월드컵 열기에 틈타 KBS가 기습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수신료 인상 문제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열린 수신료 공청회 뿐 아니라 시민단체의 '맞불'(국민)공청회 내용 및 시민단체 의견도 뉴스에서 적극 반영했다. 방송 3사 가운데 이날 수신료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룬 곳은 SBS 뿐이었다. SBS는 "KBS가 주최한 공청회였음에도 인상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국민적 저항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또한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KBS가 뼈를 깎는 내부 자성없이 수신료 인상안을 내놓을 자격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인용보도했다.

▷"자사이기주의 의도여도 상호비판 틈새 열어"=

이 같은 두 방송사의 비판은 진흙탕 싸움, 이전투구, 자사이기주의 등의 의도라는 눈총을 사면서도 방송사간 동업자봐주기가 정면으로 깨졌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김서중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공동상임의장(성공회대 신방과 교수)은 22일 "월드컵 단독중계를 두고 서로 이해관계에 따라 공격 방어해왔지만 이 과정에서 틈새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결과적으로 시청자에게 이익을 주고 서로 봐주는 관행이 깨지는 '상호비판의 공익적 역할'을 하게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장은 "1회성으로 그칠 게 아니라 향후에도 냉정한 상호비판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세명대 교수)도 이날 "두 방송사가 월드컵 중계의 부작용을 짚거나, 수신료 문제를 지적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며 "공적 시간대인 저녁뉴스 시간대에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한 타사비판을 한 것은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지만 이와 별개로 방송사의 문제점을 시청자에 알리는 일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사주 사장 비판까지 갈까=

KBS와 SBS의 상호비판이 1회성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단독중계라는 '계기'를 떠나 양사의 본질인 '권력의 방송' '족벌방송'의 문제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서중 민교협 의장은 "보도의 의도와 그 내용이 갖는 사회적 중요성을 섞어봐서는 안된다"며 "의도가 불순해도 언론사 사주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공론화시킨다는 게 부정당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SBS 역시 공영방송 KBS가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공적 책무"이라고 촉구했다.

정연우 민언련 대표는 "사주 비판도 좋지만 의도적인 표적취재 보도는 문제가 있다"며 "자연스럽게 문제가 제기되면 몰라도 월드컵을 계기로 사주뒷조사를 하는 건 치졸하고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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