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신·방겸영의 진실.."허용하되 엄격히 규제"

2009. 2. 17. 07: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BS정치부 권혁주 기자]

경기침체와 인터넷의 발전 등으로 세계 유수의 미디어들이 심각한 경영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국내 신문·방송사들 역시 지난달 광고매출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경영난 타개책을 찾는데 머리를 싸매고 있다. 유럽 선진국가들의 미디어 산업과 정책을 점검해 보고 국내 미디어법 개편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공공성 훼손' 우려의 해법은 없는지 차례로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유럽의 선진 미디어 현장 시찰차 프랑스, 영국을 방문했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1일 런던 현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프랑스, 영국 두 나라 미디어 정책자들과의 면담 때 신문과 방송의 겸영 이야기를 꺼내기가 미안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영국 통신방송 장관의 경우 '(한국은)왜 그 문제를 지금 논의하느냐'며 놀라워 하더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나아가 "만나는 사람마다 미디어 산업 개편과 디지털 시대의 대응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며 미디어 자본의 교차 소유가 논란이 되는 건 디지털 시대에 웃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이같은 언급은 그러나 절반쯤은 맞고 나머지는 틀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나라에서 신방겸영 문제가 이슈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맞는 얘기이지만, 두 나라의 경우 원칙적으로 신방겸영을 허용하되 아직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2월 쟁점법안 가운데 하나인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위한 '신문법'개정을 놓고 찬·반론자들은 "세계적 추세다", "아니다"하며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입에 맞는 주장을 강조하려다 보니 의도적으로 사실 관계를 회피하거나 확대 과장하는 경우가 많아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양상이다.

신방겸영을 찬성하는 쪽은 OECD국가 가운데 이를 불허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반대하는 쪽은 여론독과점이 우려된다며 '결사저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유럽 선진국, 신방겸영에 대한 인식과 상황은

그렇다면 실제 신방겸영에 대한 유럽 선진국들의 인식과 상황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프랑스, 영국 모두 여론 다양성을 위해 신·방 겸영을 엄격한 규제 아래 허용하고 있으며 이 규제에 대한 완화 여부가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지 않고 있다.

영국의 경우 전국 점유율이 20%가 넘는 신문은 지상파 방송을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더 타임즈'를 소유하고 있는 언론재벌 루퍼스 머독의 지상파 방송 진출이 묶여 있다.

물론 다른 사업자의 이종매체간 소유·겸영을 허용할 때도 '공공성 평가' 항목을 두어 여론 독점의 폐혜여부를 면밀히 검토한다.

프랑스 역시 전국 점유율 20% 이상인 신문은 TV나 라디오 두 개 이상의 이종매체를 소유·겸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프랑스·영국의 신방겸영 규제를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현재 세 신문의 점유율이 60%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경우 여론독점 부작용을 우려했을 때 보도가 가능한 방송사 소유를 금지시켜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글로벌 미디어기업' 육성을 주창하는 프랑스를 주목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것 역시 현지에서 확인한 결과 상황이 다소 달랐다.

프랑스는 지난달 '인쇄매체 활성화를 위한 녹서'를 내놨는데 핵심은 언론 미디어 규제 완화를 통한 거대 복합 미디어그룹 육성이 아니라 '공동배급망 확충' 등 신문산업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과 미국 할리우드 대중문화 콘텐츠에 항거할 수 있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미디어그룹을 육성하자는 것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문잡지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이 보고서의 주 내용이었다"며 "글로벌 미디어기업 육성과 신방겸영 규제 완화의 상관관계가 적시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지난해 발표된 '지아지 보고서'에는 이종매체간 소유겸영 규제를 '더욱 유연성있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향후 이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 될 수는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기별로 보면 사르코지 정부가 공영방송의 광고를 폐지한 코페 보고서, 인쇄매체 활성화를 위한 미뇽보고서, 지아지 보고서 순으로 정책을 입안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완화 필요성을 담긴 지아지 보고서 역시 사르코지 지시로 만들어진 만큼 나중에 추진될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이를 둘러싼 논란도 본격화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방 겸영 논란. 유럽 선진국의 경우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여론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아직까지는 철저한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정답이다.

우리나라의 신문법 개정 역시 '글로벌 미디어기업 육성을 위해 신·방겸영을 허용해야 한다'는 일방적 주장과 반대가 아닌 '여론독점 우려는 유럽처럼 또는 선진국처럼 이런 장치를 통해 제어하자'는 식의 합리적인 제안과 토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hjkwon@cbs.co.kr

'벼랑 끝' 세계의 미디어…각국 지원책 모색도 활발

최시중 "BBC의 자부심과 자긍심 부러워"

국민의 사랑받는 BBC...정부에 독립적이고 의무없어

프랑스, 신문산업 지원 분주…"민주주의 지키기 위한 것"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