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경찰 KBS 진입 ..직원들 "치욕의 날"

2008. 8. 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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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방송중립 '벼랑끝'

이사회 안팎 표정

비상구 모두 막혀 기자들 진입도 힘들어친야이사 4명 부당성 외치다 이사회 퇴장

"오늘은 케이비에스의 치욕의 날이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8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본관 로비. 한국방송 이사회가 끝내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을 의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방송 직원과 시민 200여명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몇몇 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오후 3시께 열린 '공권력 투입 규탄 및 낙하산 저지 결의 대회'에서 한국방송 노조원 10여명은 삭발을 하며, 이사회 조처의 부당성을 알리기도 했다. 강민승 한국방송 피디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이사회의 폭거에 말이 나오질 않는다"며 "절대로 이게 끝이 아니다. 끝까지 투쟁해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장악·네티즌 탄압 저지 범국민행동' 회원 등 시민 300여명은 이날 밤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이어가며 이사회 의결에 항의했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18년 만에 경찰을 한국방송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는 등 해임 제청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였다. 경찰도 전경 30여개 중대와 사복 경찰관 300여명을 보내 이사회의 안건 의결을 도왔다. 한국방송 직원 100여명이 이사회를 막기 위해 3층 회의실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완력 앞에 역부족이었다. 유재천 이사장 등 '친여' 성향 이사 6명이 회의가 끝난 뒤 건물을 빠져나갈 때는 사복 경찰 100여명이 서문 밖까지 도열하기도 했다.

한국방송 안전관리팀에 소속된 청원경찰 100여명은 사장이 아닌 이사회의 명령에 복종했다. 이들은 아침부터 본관 출입을 통제했으며, 한때 방송사 담당 기자들의 출입까지 봉쇄했다. 이사회가 열리는 3층 회의실 앞에는 안전관리팀 소속 여직원 3명을 앞세워 이사회를 반대하는 직원들을 막게 했다가 빈축을 샀다.

11명의 이사 가운데 친여 성향의 이사 6명은 예정된 회의 시간보다 2시간쯤 전인 아침 8시15분께 본관 1층 매장의 지하 주차장을 통해 회의실에 도착했다. 이들이 도착한 뒤 3층 회의실로 통하는 비상구가 봉쇄되고, 엘리베이터도 서지 않게 조작됐다. 기자나 시민들의 한국방송 출입도 한층 어려워졌다.

앞서 이날 오전 9시에는 '방송 장악·네티즌 탄압 저지 범국민행동'이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십 년의 희생으로 얻은 방송 독립과 언론 자유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한국방송 이사들이 이명박 정권의 충실한 사냥개가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등 야3당 대표 및 의원 10여명이 동참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문화연대·민주노총 등도 각각 논평을 내어 "이명박 정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송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7일 밤 한국방송 앞에서 촛불집회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된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성유보 방송장악 범국민행동 집행위원장 등 24명은 8일 오후 스님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풀려났다. 경찰은 "석방 지휘가 내려져 풀어줬다"며 "아직 기소 여부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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