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압박운동, '시사모'처럼 해보는 건 어떨까

2008. 6. 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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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오승주 기자]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25일 오전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여의도 KBS 앞에서 벌어진 '보수단체'의 테러에 관한 조선일보의 날조,왜곡보도를 규탄하고 있다.

ⓒ 남소연

조중동 불매운동보다 신문광고 관습 건드려야

신문업계에서 '원턴(one-turn)' 방식이라고 부르는 관습이 있다. 조중동에서 광고를 시작해 다른 신문으로 흘러가는 구조인데, 현재와 같이 조중동에 대한 직접적인 광고주 압박운동은 분명히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만, 신문광고구조 자체를 건드리기에는 미흡하다.

<미디어 오늘>은 <조선> <중앙> <동아>의 최근 광고매출이 예년의 50%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광고업자들의 전언을 인용했다. 26일, 기자와 통화한 <경향신문> 광고담당자도 "조중동만큼은 아니지만 40% 정도 광고매출이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신문광고에 대해서 점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광고주들이 촛불 시류에 편승한 영향도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불매운동 효과만은 아니다. 더군다나 촛불문화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신문광고가 예년에 비해 5∼10% 가량 축소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촛불로 인한 광고타격 수치는 더 내려갈 수밖에 없다.

인터넷 카페 등이 주도하는 '조중동 광고주 압박운동'은 핵심을 잘 짚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캠페인이 지속가능한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광고주 압박운동+광고주 격려운동

<한국기자협회보>는 지난 18일자 보도에서 한 가지 새로운 현상에 주목했다. 광고주 압박 운동 이후 제약회사나 외국계 기업들이 <한겨레>나 <경향>에 이례적으로 광고를 의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 광고국 관계자는 "20년간 한 번도 광고를 하지 않았던 기업이 요즘 광고를 의뢰하기도 한다"며 "이런 점들은 광고압박 운동으로 나타난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것은 현재 진행중인 신문광고 캠페인에 한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신문광고란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돼 그것이 실적으로 나타날 때 신뢰감이 생긴다. 이 시점에서 '원턴'이라는 신문업계의 관습이 왜 생겼는지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조중동이 예뻐서가 아니라 돈이 되기 때문이다. 즉 조중동 찍고 <경향> <한겨레> 등으로 내려가는 모델이 나름대로 상품판매효과가 검증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향> <한겨레>에 광고를 실었더니 많이 알려지고 판매에 도움이 된다면 광고주는 '원턴'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광고주 압박 운동으로 가장 이익을 본 것은 조중동도 아니고 <경향> <한겨레>도 아니고 광고주다.

<미디어오늘> 25일자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이 신문 시장 위축?'에 실린, "경제여건이 좋지 않아 기업들이 광고비를 줄이려던 상황이었는데 네티즌들이 명분을 만들어 준 셈"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이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란 조중동이 아닌 신문광고국 책임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광고주 좋은 일만 시킨 셈이다.

그렇다고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을 그만두라는 주장은 아니다. <경향> <한겨레> 광고주를 격려하고 상품을 알리는 캠페인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경향> <한겨레>에 광고를 실은 기업을 널리 알리고 상품을 구매하는 흐름을 만들어간다면 <경향> <한겨레>는 진정한 '풍선 효과'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조중동 광고를 선호하는 경쟁업체의 광고가 <경향> <한겨레>에 실렸다면 이를 격려하는 방법으로 경쟁기업을 긴장시킬 수 있다. 만약 광고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조금이라도 증명된다면 신문광고의 구조는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이것은 결국 여론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정론매체가 더 이상 권력과 자본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국민들이 듣고 싶은 목소리를 힘있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고착화된 언론사 위계질서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 언론사 지형 자체가 재편될 계기까지 마련할 수 있다.

네거티브 캠페인만으론 언론소비자운동 완성할 수 없어

나는 '시사저널 사태' 당시 기자들을 지원하는 독자모임(옛 시사모)에 깊이 관여한 적이 있다. 시사모의 언론소비자운동은 네거티브와 포지티브를 적절히 조합시켰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다.

사태 초기에는 사장의 공식 사과나 편집국의 편집권 존중 등의 문제에 매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독자들은 기자들이 <시사저널>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진품시사저널 예약운동'을 펼쳐 기자들이 복귀하고 편집권을 인정받았을 때 <시사저널>을 구독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이는 물론 당시의 <시사저널>을 '짝퉁'으로, 새로운 <시사저널>을 '진품'으로 규정한 것이었다.

당시 <시사저널> 사측은 시사모를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하였고, 운영위원들은 검찰에 조사까지 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시사모의 언론소비자운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는 위기를 맞은 것이다. 비록 무혐의로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네거티브 캠페인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소비자운동은 철저히 포지티브 중심으로 갔다. 당시는 <시사IN>이 창간을 선언한 시점이었다. 시사모는 창간호와 독자들이 직접 만든 호외판을 들고 광화문으로 제주도로 강원도로 돌아다니며 '자발적 구독운동'을 전개했다. 당시 1만부의 홍보책자와 기념품을 제작해 6000~7000부 정도를 전국에 배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를 높이 평가해 '시사모'에게 제9회 민주시민언론상 본상을 수여했다.

<시사IN>은 독자들의 이러한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현재 튼실한 언론사로 거듭났으며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을 최초로 싣는 등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할 수 있는 포지티브 캠페인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경향> <한겨레> 등 정론매체에 광고를 싣는 기업들을 널리 알려주고 매출에 도움을 줌으로써 정론매체의 광고효과를 기업에게 증명하는 것이다.

둘째, 독자나 블로그, 카페 등 단체 명의로 의견광고를 지속적으로 싣는 것이다. 경향신문 광고담당자의 말과 같이 광고매출에 수치상으로 큰 도움은 될 수 없지만, 상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언론소비자주권운동이 곧 불매운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네거티브와 포지티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에야 비로소 언론소비자운동이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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