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강경 대처 '신공안정국' 조성하나

김상만, hermes@mediatoday.co.kr 2008. 6. 25. 11: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검·경 수사방침 천명 우려…방통심의위, 포털 게시물 불법성 심의결과 주목

[미디어오늘 김상만]

곽병찬 한겨레 논설위원이 25일 <인터넷 긴급조치 발동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권력이 원하는 군중'을 이렇게 표현했다.

"군중이란 말은 지금까지 부화뇌동, 맹목적, 비합리적 따위의 수식어와 함께 떠올랐다. 주체적인 판단이 없고, 판단에 이르기까지 합리적 사유 과정이 없었으며, 사유의 근거인 정보 또한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정치 권력이 바라는 국민은 바로 이런 군중이었다. 그래서 독재권력은 항상 정보를 차단하고 통제하며, 비판적 여론을 박멸하는 등 우민화 정책을 썼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권력은 항상 잘 길들여진 국민을 원했다. 반대여론이 거세질 때면 흔히 공권력으로 대변되는 힘으로 눌러왔으니 건강한 비판과 토론문화가 자리잡을 틈도 없었다. 우리에게 지금 더 필요한 것은 어쩌면 영어구사력이 아니라 논리적 추론과 대화법일지도 모르겠다.

25일자 신문에는 촛불집회를 겪으면서 국민들의 뜻을 굽어살피겠다고 했던 정부가 돌연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선 내용이 도배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에 엄격히 대처"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찰은 불법적인 촛불집회를 엄중 단속하겠다고 일찌감치 선포했고, 검찰은 광우병 논조가 뒤바뀐 보수신문을 불신해 벌어지고 있는 광고중단 운동을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5일 포털 등에 게시된 광고중단 운동 게시물에 대한 불법성을 심의한다. 불법이라고 결론 나면 인터넷에 올려진 관련 글들은 모두 삭제된다.

보수신문들은 이 대통령의 '촛불시위 강경 대처' 발언을 환영하면서 광고중단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의사소통의 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포털을 강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쪽에 있는 신문들은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고개 숙인 지 5일 만에 입장이 돌변한 이 대통령을 비판하고, 정부가 공권력을 총동원해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보수신문 구하기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어떤 것이 진실이고 사실에 더 가까울까. 국민들만 이래저래 괴롭다.

경향신문 <색깔론으로 공안정국 조성>국민일보 <이 대통령 "국가정체성 도전 엄단>동아일보 <당정청, 공기업 개혁방안 손질 / 여론수렴 거쳐 3단계 민영화>서울신문 <소 내장 30cm마다 조직검사>세계일보 <&quot;국가 정체성 도전 불법시위 엄단>조선일보 <불법시위 '분수령'>중앙일보 <스탈린이 '미국 6·25 참전' 유도>한겨레 <'뼈저린 반성' 5일만에 '촛불' 강경 대처>한국일보 <이 대통령 "국가 정체성 도전 엄단">

이명박 대통령 "국가 정체성 도전 엄단"

이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일부 정책에 비판하는 시위는 정부 정책을 돌아보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만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 폭력시위는 엄격히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를 이끄는 수반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당한 시위와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를 나누는 기준이다. 벌써부터 검·경은 강경 대응 기조를 천명하고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 경향신문 6월25일자 1면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이 대통령의 언급에 이어 법무부와 검찰, 경찰이 폭력성을 보이는 촛불시위나 네티즌의 특정매체 광고중단 운동 등에 대해 엄중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이에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신공안정국 조성'이라고 강력 반발, 향후 정국의 추이가 주목된다"고 썼다. 앞으로도 혼란은 계속된다는 예고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 <색깔론으로 공안정국 조성>에서 "이는 대통령과 정권을 국가와 일체화하고 대통령의 국정기조와 정책방향에 대한 비판을 국가와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했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형태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대통령 발언이 허언이었음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라고 비판했다.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법 집행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에 앞서 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왔는지 이 대통령의 자기반성과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겨레도 1면 <'뼈저린 반성' 5일만에 '촛불' 강경대처> 기사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촛불시위의 일부양상을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 또는 불법 폭력시위로 보고 공권력 등 강경대응으로 돌아설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 <'촛불 인터넷' 왜곡·날조 막 가고 있다>에서 "지금 인터넷은 익명의 가면을 쓰고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사람들에 의해 도배질되고 있다"며 "검찰·경찰이 없는 일을 날조하고 유언비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가려내 엄벌하는 수밖에 없다"고 공권력 개입을 두둔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2008년 6월 대한민국 경찰>에서 "경찰을 욕하고 때리는 일도 흔히 벌어지고 있다…촛불시위 이후 경찰은 동네북이 되고 공권력이 무력화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땅에 떨어진 법질서와 공권력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일이 가장 시급한 국정과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검·경 "신공안정국 조성 나서나"

이 대통령의 강경 대처 발언 이후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네티즌들이 벌이고 있는 특정신문 광고반대 운동이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강력 대응 의지를 밝혔고 곧바로 전담 수사팀이 만들어졌다. '광우병 괴담' 수사도 새로 구성된 전담팀에서 맡기로 했다. 대검은 전국 지검·지청에 56개 '신뢰저해 사범 전담수사팀'을 가동했다. 어청수 경찰청장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촛불집회를 '폭력시위이며 반정부·반미 정치투쟁'이라며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다.

▲ 한겨레 6월25일자 3면

경향신문은 4면 <검·경, 기다렸다는 듯 '촛불 끄기' 초강경> 기사에서 "검찰과 경찰이 촛불민심에 대해 초강경 기조로 돌아섰다며 촛불이 장기화하자 '신공안 정국'을 조성해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또, 경향은 검·경이 보수단체들의 폭력시위에는 관대한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했다.

한겨레도 3면 <'쇠고기 정국 바닥쳤다' 당·정·청 전방위 역공> 기사에서 지난 21일 발표된 미국과의 추가 협상 이후 여권이 '수세적 사과 모드'를 '공세적 압박 모드'로 바꾸고 있다면서 촛불시위 약화 움직임과 보수언론의 대대적 지원공세 등에 힘입은 바 크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여권의 이런 역공이 '촛불'로 표출된 민심이반을 되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시민들이 촛불을 켜든 것은 엉터리 쇠고기 협상이라는 정부의 실정에 분노한 것이지 좌우의 이념대결에서 비롯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잘못된 상황판단을 하고 있으며, 자꾸 억지로 좌우 이념대결로 몰아가려고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방통심의위, 25일 회의서 신문광고 중단운동 게시물 불법성 심의

한편, 검찰이 광고중단 운동에 대한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도 25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조중동 신문광고 중단 운동 게시물에 대해 심의키로 했다.

동아일보가 전한 방통심의위 내부의 분위기에 따르면 '불법'으로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4면 <'광고주 협박' 게시글 타인 권리 침해 여부에 초점>에서 취재에 응한 일부 방통심의위원들이 검찰의 위법성 판단이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이번 사안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방통위가 해당 게시물을 불법으로 판단하면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물을 영구히 삭제해야 한다.

한겨레는 1면에서 조선일보가 24일 광고주 압박 운동을 벌이고 있는 다음 카페 '조중동 폐간 국민캠페인'(cafe.daum.net/stopcjd)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카페를 폐쇄하거나 접근조치를 내려달라고 다음 측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KBS 내부분열 심각…노조가 PD 고소

KBS노동조합이 사내 게시판에 PD협회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직원의 IP주소를 추적했다는 게시물을 올린 PD협회 운영위원 최용수 PD를 24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 동아일보 6월25일자 12면

노조는 동아일보에 "IP주소 추적이 사실이라면 통신비밀보호를 규정한 현행법을 위반한 범죄행위이며 회사의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고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소당한 최 PD는 PD협회를 비판하는 글을 특정인이 반복적으로 올린 것으로 확인했다는 요지의 글을 지난 16일 사내게시판에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해당 글을 삭제하고 경종을 울리기 위해 썼을 뿐 실제로 IP추적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편, KBS 950여명의 PD 중 100여명은 협회비 납부를 거부하기로 했다. 조선일보는 8면 <kbsPD협회 "회비 납부 거부" 100명 넘어 / '반 정연주' 분위기 확산> 기사에서 "'친 정연주' 사장 성향을 보여온 KBS PD협회에서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KBS PD협회의 기존 노선에 반발하는 PD들이 결성한 'KBS PD협회 정상화 추진 협의회'가 추진하는 협회비 납부거부 운동에 102명이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론스타 외환카드 주가조작' 항소심 무죄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론스타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법원이 1심 판결을 뒤엎고 무죄를 선고했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유 대표는 이날 국회 증인 불출석과 채권 헐값 매각에 따른 배임혐의 등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검찰은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