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들, 들리나요? 대답해 주세요"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2008. 6. 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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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물러가라!" "조중동은 대답하라!"

31일 밤 11시30분. 5만 여명의 성난 시민들이 청와대 앞까지 당도해 목소리를 높였다.시민들은 쉰 목소리가 되도록 외치고 또 외치고 있었다.

"이명박은 나와라" "어청수는 사퇴하라" "조중동은 대답하라"….

이날 시민들의 목소리는 대통령과 경찰, 그리고 대답 없는 언론을 향해 있었다.

동아일보 애독자였다는 권기범(47·경기도 성남)씨는 "보수신문들이 어떤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내 배후는 내 자신이다.조중동은 반성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민심은 싸늘하고 냉정했다.

일부 시민들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지나면서 "조중동도 신문이냐"를 외쳤다.누가 선창하는 것도 아니었다.일부 조중동 촬영 기자들은 카메라에서 회사 마크를 땐 채 취재하는 모습도 보였다.

▲ 촛불집회 현장에서 '뉴스특보' 준비하는 MBC / 1일 오후부터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가 2일 새벽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과 시위대간의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뉴시스

평소보다 두 배 넘게 취재 현장에 투입된 기자들의 표정은 착잡했다.시민들의 비난은 조중동 등 보수 신문에 주로 모아졌지만 다른 언론사도 예외는 아니었다.YTN의 한 기자는 시민들의 싸늘한 반응에 당혹스러워했다.

그는 아침까지 현장을 지켰지만 시민들은 "YTN은 나가라"고 소리쳤다.이 기자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당혹스러웠던 적은 처음"이라며 "열심히 취재를 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보도에 만족을 못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뉴시스의 한 기자는 "시민들의 반응이 격화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하지만 쇠고기 졸속협상과 보수언론들에 대한 비판은 당사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 사이에서 환영받는 언론사는 MBC였다.경찰이 MBC 카메라 기자 쪽으로 물대포를 쏘자 시민들이 달려들어 카메라를 온 몸으로 감쌌다.

카메라를 감싸 안았던 한 시민은 "우리말을 잘 전해주잖아요. 보호해 줘야죠. 믿을만한 언론이 한국에 얼마나 있나요"라고 말했다.

사진기자들은 담장으로 올라가 플레시를 터트리고 있었다.시위대 속에 섞여있던 취재기자들도 수첩을 꺼내 상황을 기록하느라 분주했다.시시각각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핸드폰으로 보고하는 기자도 있었다.

시위대의 저항이 계속되자 쏟아 붓기 시작한 경찰의 물대포는 기자들이라고 피해가지 않았다.기자들은 서둘러 장비를 품에 안았다.온 몸이 흠뻑 젖은 기자 여럿이 눈에 띄었다.

함께 있던 한겨레 김도성 PD는 물에 젖은 장비를 보고 표정이 일그러졌다."장비가 다 망가졌다.취재를 해야 하는 데 큰일이다.경찰이 취재진까지 겨냥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입사 두 달째인 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도 곤욕을 치렀다.물대포를 맞고 정신이 없는 사이 신발이 벗겨졌다.그리고 신발은 수많은 인파 속에서 찾을 길이 없었다.

촛불시위가 대규모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라는 아우성이 크다.언론보도에 대한 비판과 관심도 어느 때 보다 높다.이 때문인지 촛불시위와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보도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 언론들이 어떤 보도를 내놓을지 자못 궁금해지는 이유다.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촛불문화제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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