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민 때리고 끌고 '촛불 탄압'
청와대 앞 촛불 집회서 63명 '강제 연행' … 시민 "우리가 든 것은 촛불뿐"
[미디어오늘 최훈길 기자]
서울 시청 앞에서 10만여 시민들이 촛불을 든 31일 저녁 8시, 한국과 요르단과의 축구 경기 시작 시간에 청와대 앞에서는 경찰의 '시민 탄압'이 진행됐다. 경찰은 촛불을 든 시민 63명을 강제 연행했고 일부 시민은 실신해 병원으로 호송됐다.
▲ 경찰이 31일 오후 8시반께 서울 청운동 청와대 앞에서 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강제 연행하고 있다. ⓒ최훈길 | ||
현장에 있던 김신애(25)씨는 "7시에 50~60명이 모였고 지나가는 시민들 10명 정도가 함께 했다. 10분 정도 후에 전경차가 우리를 둘러쌌다"며 "방송 차량에서 방송하더니 8시쯤 되어서 막 연행해 가기 시작했다. 한 여자는 3미터 정도 질질 끌러가다가 실신해서 앰뷸런스에 실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가 한 것은 촛불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한테 국민이 무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여기 온 것"이라며 "저희가 와서 한 것은 촛불 든 것밖에 없다"고 밝혔다.
황아무개(39)씨는 "우리는 광우병 쇠고기를 반대하기 위해서 모였다. 우리는 청와대 앞 청운동 인도 위에서 촛불 든 것 밖에 없다. 죄 지은 것도 아니다"며 "이명박 정부가 국민 배신한 게 정말 치가 떨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민은 강제 연행해 가는 경찰들에게 "가만히 있는데 왜 잡아가십니까. 인도에 있는 기자들은 왜 안잡아가요"라고 따져 물었다. 다른 한 시민도 "지나가다가 쇠고기 협상 반대한다고 말한 것이 왜 잘못입니까"라고 항의했다.
▲ 일부 전경이 연행 과정을 지켜보는 시민을 때리자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최훈길 | ||
경찰은 강제 연행 과정을 보러온 일부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해 시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한 시민은 "경찰이 시민한테 발길질까지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무서워서 이젠 밖에도 못다닌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밤 9시께 집회에 온 시민들을 모두 강제 연행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연행에 대해 "63명이 연행됐고 23명은 여자다"며 "죄명은 집시법 위반이다. 일몰 후에 허가되지 않은 곳에서 2명 이상 모여서 집회를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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